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성균관대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감염될 때 사용하는 수용체를 모방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했다./미 질병통제예방센터

국내 연구진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포획해 인체 감염을 막는 기술을 찾았다. 바이러스 변이 종류와 관계없이 인플루엔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나노필라멘트를 개발한 것이다.

정우재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나노필라멘트 기반의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 머티리얼즈’에 지난 8일 소개됐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특성을 함께 갖춘 독특한 존재다. 생물처럼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서도 독립적으로는 분열할 수 없고, 다른 생물의 세포에 침투한 이후에만 분열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사람의 세포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 바이러스 주변을 밧줄처럼 둘러싸는 나노필라멘트를 개발했다. 나노필라멘트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을 때 사용하는 ‘시알산 수용체’를 닮았다. 바이러스를 사람 세포 대신 나노필라멘트와 먼저 결합시켜 감염을 막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만든 항바이러스제는 다양한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인플루엔자 감염을 막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이번에 개발한 항바이러스제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함께 투여한 이후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기존 항바이러스제 제품인 타미플루와 함께 사용했을 때는 치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 문제를 해결하고 매년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 교수는 “기존 항바이러스제와 다른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기술을 제시했다”며 “앞으로 인플루엔자뿐 아니라 다양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참고 자료

Bio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16/j.biomaterials.2024.122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