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조명업체를 통해 우회상장을 선택했다"며 "협력사인 삼진제약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는 모습./송복규 기자

먹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 아리바이오가 조명회사 소룩스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아리바이오 경영진들이 지난해 6월 소룩스 지분을 사들인 지 1년여 만이다. 다른 업종 회사와 합쳐 몸집을 불리는 데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지만, 아리바이오는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회사에 합병되는 방식으로도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13일 조선비즈와 서면 인터뷰에서 “아리바이오와 소룩스는 업무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을 1년여 동안 모색했다”며 “다국가 글로벌 임상 3상 시험과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선 자본시장 편입이 절실했는데, 치매 치료제 후보 물질 AR1001의 국내 생산을 맡은 삼진제약도 합병안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고 말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업체인 소룩스는 지난 9일 아리바이오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소룩스는 6월 30일 기준 아리바이오의 지분 14.8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소룩스의 지분 21.25%를 가진 최대주주이다.

아리바이오는 먹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후보 물질 AR1001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화학 합성의약품인 AR1001은 세포 속으로 침투해 효소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5(PDE5)를 억제해 혈관을 확장한다. 또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해 신경세포 사멸을 막고, 신호전달물질인 윈트(Wnt) 체계도 활성화한다.

AR1001은 2022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한국과 영국·중국·독일·프랑스를 포함한 총 11국의 임상센터 200여 곳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 정보시스템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s)에 따르면 아리바이오는 내년 말까지 AR1001 투약을 마치고, 2026년 상반기 중으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순조롭게 진행하던 회사가 상장하기 위해 찾은 곳은 조명회사인 소룩스였다. 소룩스는 김복덕 전 대표가 1995년 창업한 조명업체로, 2020년 상장한 뒤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우회상장에 적합한 대상이었다. 정재준 대표는 지난해 5월 소룩스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사업 목적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사업을 추가했다. 최근 소룩스는 인지 건강과 관련된 특수 조명 시제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바이오가 우회상장을 선택한 건 2018년과 2022년, 2023년에 세 번이나 기술특례상장을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기술특례상장이 아리바이오에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먼저 주식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회사 중 일부 문제로 기술력 평가보다는 실적 평가가 더 비중 있게 다뤄졌던 측면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AR1001의 한국 독점 판매권 계약자이자 국내 생산을 공동 연구하고 있는 삼진제약도 아리바이오의 안정화 측면에서 이번 합병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혔다”며 “향후 미국과 유럽, 일본 업체와 대규모 판권 계약을 앞두고도 (이번 상장이)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3월 AR1001을 도입하기 위해 아리바이오와 1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진제약은 아리바이오의 지분을 5.09% 보유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아리바이오와 소룩스의 합병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소룩스가 아리바이오를 흡수하는 형태지만, 사명은 아리바이오로 한다. 다만 그전까지 석연치 않은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비율이 1대 2.5 수준으로 결정됐는데, 아리바이오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바이오가 미래에 AR1001로 큰 실적을 낼 것이라는 미래현금흐름(DCF)을 반영한 탓이다. 이 방식으로 소룩스가 보유한 아리바이오 지분이 대폭 늘어나 정재준 대표에서 소룩스, 아리바이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진다.

정 대표는 “소룩스가 아리바이오의 지분을 취득할 당시에 외부평가기관인 회계법인의 평가를 진행해 공정한 금액에서 진행했다”며 “이번 합병비율도 외부평가기관이 두 회사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산정됐다”고 말했다.

한편 아리바이오는 이달 중으로 AR1001 중국 판권 계약을 체결한 중국 제약사로부터 선급금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판권 계약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