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약'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체중 감량 효과를 최대 5배나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됐다. 약물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는 효율을 높이고, 약물에 민감한 환자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픽사베이

‘꿈의 비만약’인 위고비, 젭바운드로 체중 감량에 성공해도 약을 끊으면 체중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요요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요현상을 막으려면 비만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약으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기반 체중 감량에 성공해도 약을 갑자기 끊으면 대부분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요요현상·부작용 없으려면 평생 맞아야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대표적인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다. GLP-1을 흉내 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줄이며 포만감을 높이는 원리다.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동시에 ‘위 억제 펩타이드(GIP)’를 흉내 낸다. GIP는 지방세포를 분해하고 메스꺼움을 줄여준다. 두 분자를 모두 모방하면 체중 감량에 시너지 효과가 난다.

데이비드 커밍스(David Cummings)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위고비나 젭바운드로 체중을 감량한 사람이 약을 끊으면 거의 모두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며 “체중뿐 아니라 혈당과 지질 수치 등 비만 인자도 이전 수치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비만 환자들은 체중을 충분히 줄이면 당연히 주사제 투여를 중단하고 싶다. 일부 환자들은 요요현상을 막기 위해 주사제를 평소보다 저용량으로 맞아야 할지 또는 빈도를 줄여야 할지 의사에게 묻는다. 하지만 체중 감량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밝혀지지 않았다.

커밍스 교수는 “지금까지 어떤 방법을 써도 이들 주사제를 멈춘 후 요요현상을 겪지 않은 환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첼 라자(Mitchell Lazar)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체중을 완벽하게 감량시키는 마법같은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앨리슨 슈나이더(Allison Schneider) 노보 노디스크 대변인은 “임상시험 단계에서 (요요현상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고비가 처음부터 비만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약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오젬픽)로 나왔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밝혀지며 비만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이는 젭바운드도 마찬가지다. 젭바운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로 나왔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밝혀지며 비만 치료제로 변신했다.

건강관리데이터 업체 트루베타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공동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 결과,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는 절반 이상이 위고비 또는 젭바운드를 투여한 지 1년 이내에 체중 감량 효과를 보고 중단했다. 그러자 3분의 1이 요요현상으로 인해 다시 투여를 시작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실렸다.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와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 모두 주사제다. 젭바운드는 2023년 11월, 위고비는 2021년 6월에 각각 비만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각 사

◇주사 계속 맞아도 일정 감량만 가능

전문의들은 요요현상이 없으려면 위고비, 젭바운드 등 GLP-1 비만치료제를 영원히 맞아야 하며, 비만 역시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치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 주사제를 평생 맞는다고 체중이 계속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슈나이더 노보 노디스크 대변인은 “임상실험 결과 위고비를 계속 맞더라도 약 60주 후에는 체중 감량이 멈추고 일정 체중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자문위원회에 속한 애니아 재스트레보프(Ania Jastreboff)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는 “위고비와 젭바운드를 오래 맞더라도 어느 순간 음식에 대한 갈망이 돌아오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약을 투여하기 전보다 적은 양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에, 감량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약에 대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들 주사제를 지속적으로 맞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위고비나 젭바운드를 처음 투여했을 때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부작용을 겪는다. 대부분은 약물을 계속 사용하면서 부작용이 줄어든다.

캐롤라인 애포비안(Caroline Apovian)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교수는 “약물 투여를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면 이런 부작용이 재발할 수 있다”며 “약물을 중단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작용이 재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medRxiv(2024), DOI: https://doi.org/10.1101/2024.07.26.24311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