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7개월째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인력과 병상을 줄이기로 했다. 다른 종합병원들도 무급휴직을 확대하면서 근근이 유지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비슷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가톨릭중앙의료원의 모태 병원인 여의도성모병원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지 이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병원은 현재 533병상 규모에 의사를 포함해 직원 1300여명이 근무 중이다.
병원 측은 이번 조치가 의정 갈등 사태와는 무관하게 병원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21~2022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최근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수술·진료가 더 축소돼 구조조정이 빨라졌다고 본다.
여의도성모병원은 1936년 서울 명동에서 개원해 1986년 여의도로 이전했다. 정치·금융의 중심지이자 서울 내 대표적 고급 주거 지역으로 꼽히는 여의도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이전하자마자 가톨릭 암센터를 설립해 국내 최초의 암 진료 전문 센터 보유 병원이 됐다.
그러나 2009년 서울 강남성모병원이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꾼 이후 암센터와 백혈병센터 등 핵심 진료 센터와 인력이 넘어가면서 진료 영역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14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했고, 최근 공개된 대형병원 중환자실 평가에서 2등급을 받으면서 하락세가 계속됐다.
다른 병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세의료원은 이달부터 소속 병원인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무급휴직 기간을 기존 40일에서 80일로 확대했다.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으로 수술이 줄어들면서 무급휴직 기간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서울아산병원과 경희대병원도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무급휴가를 유지하며 버티고 있다. 고대의료원은 최대 30일간 무급휴가를 쓰도록 조치했으나, 최근 병상 가동률이 소폭 회복돼 그동안 내부 반발이 컸던 무급휴가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빅5 병원들이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라면, 다른 종합병원들은 죽어나는 것과 다름없다”며 “병원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