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과 HK이노엔, 보령의 올해 2분기 경영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각 사의 실적 희비를 가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연말 케이캡 유통판매권이 종근당에서 보령으로 넘어갔는데, 그 영향이 올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2018년 7월 한국 30호 신약으로 승인받은 약이다.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의약품으로, 기존 프로톤펌프 억제제(PPI) 약보다 약효가 빠르고 식사 시간과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어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HK이노엔은 케이캡 출시 이후 5년간 종근당과 공동 판매하다가 지난해 계약을 끝냈다. 올해부터 새 파트너 보령이 케이캡을 판매하고 있다.
2일 HK이노엔에 따르면 올해 2분기는 케이캡 유통·판매 파트너사 교체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실제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늘어 2193억원, 영업이익은 58.9% 늘어 24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케이캡의 2분기 원외 처방 매출은 46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케이캡을 떠나보낸 종근당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7% 줄었고, 영업이익은 284억원으로 같은 기간 34.6% 줄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한 511억원, 매출액은 1.8% 줄어든 7384억원이다. 2023년 상반기 종근당의 매출이 전년보다 7.6%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7.1% 증가해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서는 케이캡 부재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종근당 실적에 대해 “2023년에는 종근당 실적에 케이캡 효과가 있었으나 올해 실적에선 케이캡 효과가 제외된 영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종근당도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의 약가 인하 영향과 소송 관련 충당금, 연구개발 비용 증가, HK이노엔과 진행하던 케이캡 공동 판매 종료가 이번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HK이노엔의 새로운 케이캡 판매 파트너사 보령은 올해 2분기 실적 성장을 보였다. 보령의 2분기 매출액은 255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2%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 489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 36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 회사의 반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보령은 “주력 제품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의 매출과 매출원가율이 높은 케이캡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개선됐다”고 밝혔다.
보령이 케이캡을 가져갔지만 영업이익은 종근당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만큼 크게 늘지 않았다. 종근당보다 불리한 계약을 맺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존 종근당과의 계약보다 보령과의 계약을 유리하게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HK이노엔과 종근당의 케이캡 판권 재계약이 불발된 데는 계약 조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선 올해 케이캡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42.8% 증가한 1705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케이캡의 지난해 처방 매출은 1500억원을 돌파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케이캡이 적응증 5가지를 확보하고 제형을 다변화했고 해외 판매국도 확대됐기 때문에 처방과 해외 매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케이캡의 미국 진출 기대도 크다. HK이노엔에 따르면 미국에서 진행한 케이캡 비미란성 임상이 4월 말 종료돼 결과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미란성 임상은 연내 종료가 목표다. ‘미란’이란 점막 표피가 떨어져 나가 진피나 점막하 조직이 노출된 상태를 뜻한다. 각각 적응증을 분리해 허가 신청할 경우 빠르면 2025년 내 승인도 가능하나, 현실적인 승인·출시 시점은 2026년이다. 업계에선 비미란성 임상 데이터만으로도 유럽 판권 계약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