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이 철로 코팅돼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동물에서 이런 특성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치과의 오웬 에디슨(Owen Addison) 교수와 아론 르블랑(Aaron RLeBlan) 박사 연구진은 코모도왕도마뱀과 악어, 공룡의 이빨을 연구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25일 발표했다.
인도네시아가 원산지인 코모도왕도마뱀은 가장 큰 포식성 도마뱀 종으로 평균 길이 3m, 무게는 80㎏에 달한다. 작은 파충류나 새부터 사슴, 물소까지 모든 종류의 고기를 잘게 썰어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코모도왕도마뱀 이빨의 끝과 톱니 모양의 가장자리가 주황색 색소 층으로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석 결과, 치아의 가장 바깥층인 법랑질에 철분이 농축돼 있었다. 혹시 철분이 먹이에서 나온 게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잇몸에서 아직 발육 중인 이빨도 조사했다. 역시 같은 주황색이 발견됐다.
르블랑 박사는 “코모도왕도마뱀은 일종의 보호 코팅으로 이빨의 가장자리에 철을 입힌 것”이라며 “코모도왕도마뱀은 종종 털이나 뿔처럼 위에서 소화되지 않는 부분을 게우는데 이때 이빨이 산성 소화액에 노출되기 때문에 철 코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악어나 다른 도마뱀도 이빨에 철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철분의 양은 코모도왕도마뱀보다는 적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구부러진 톱니 모양 이빨은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육식 공룡의 이빨과 비슷하다. 하지만 공룡의 이빨 화석에서는 철분을 확인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코모도왕도마뱀과 가까운 파충류의 이빨 화석에서도 철이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공룡 이빨에 있던 철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을 추가 분석해 화석화 과정 이후에도 철분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것”이라며 “공룡이 철로 코팅된 이빨을 가지고 있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공룡은 철 대신 다른 방법으로 절삭력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코모도왕도마뱀 이빨은 화학적 성분이 바뀌었으나,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육식 공룡의 이빨은 날카로운 모서리를 유지하기 위해 법랑질 자체의 구조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발견은 자연에 3500마리밖에 남지 않는 코모도왕도마뱀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새로운 치과 기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오웬 에디슨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구조를 사용해 인간 치아의 법랑질을 재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Ecology & Evolution(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59-024-024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