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외과학회의 임원들. 왼쪽부터 정은재 총무이사(서울대병원), 조광재 회장(의정부성모병원), 지용배 홍보이사(한양대구리병원). 이들은 "두경부암 치료나 수술도 필수의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유병훈 기자

배우 김우빈, 작가 최인호, 미국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 이들은 각각 입천장 부위에 발생하는 비인두암, 침샘암, 인후암에 걸린 적이 있다. 암이 발생한 부위는 각각 다르지만 의학계는 두경부암으로 통칭한다. 두경부암이란 목 위에서 눈과 뇌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위의 암으로 정의된다. 두경부암은 이비인후과의 하위분과인 두경부외과에서 수술한다.

두경부외과 전문의들은 두경부암이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부위인 만큼 다른 부위의 암 보다 치료하기가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단순히 암 조직을 제거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술 후 환자가 삶의 질을 회복하려면 코와 입 등을 재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경부외과가 인기과목으로 꼽히는 이비인후과의 하위분과라 정당한 보상과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는 27일 세계 두경부암의 날을 앞두고 조광재 대한두경부외과학회장(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과 정은재 총무이사(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지용배 홍보이사(한양대구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23일 만났다. 이들은 “두경부암 치료는 필수의료로 봐야 하지만, 처우가 나빠 두경부외과 전문의 수급이 사실상 끊겼다”고 말했다.아래는 일문일답.

–두경부암은 어떤 질환인가.

조광재 회장(이하 조광재) : “뇌와 눈을 제외하고 얼굴과 목에 생기는 암이다. 즉 먹고 말하고 숨 쉬는 부위에 생기는 암이다. 삶의 질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위라 발암 부위에 기능 손실이 오면 삶의 질도 매우 떨어진다. 이런 점으로 인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암 수술이 두경부암 수술이기도 하다. 예민한 신체 기관이 몰려 암 절제 수술도 까다롭지만, 절제 후 환자를 위해 수술 부위의 기능을 복원하는 재건 수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은재 총무이사(이하 정은재) : “수술 부위가 커 보이지는 않아도 수술의 난이도가 높고 수술에 소요되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 재건 수술까지 성형외과 팀이 아닌 두경부외과 팀이 맡을 경우 수술 시간만 8~9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처럼 수술이 복잡해 팀 차원의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두경부암 센터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두경부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정은재 : “가장 먼저 술·담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담배에는 발암 물질 수십 종이 들어 있다. 이들 물질이 몸속에 들어와 가장 먼저 접촉하는 게 두경부의 상기도 점막이다. 상기도는 후두 윗부분에서 성대와 기도를 보호하는 곳이다. 알코올도 대사산물이 발암물질인데 결국 두경부에 닿는다. 이렇게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두경부의 세포가 점차 암세포로 변한다. 어느 날 갑자기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조기 진단을 통해 두경부암을 발견하면 최소한의 수술로 암을 차단할 수 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

조광재 : “미국 구강암학회는 ‘Just say A–A–’ 캠페인을 벌였다. 두경부외과 의사를 찾아가 ‘아’하고 입을 벌려 검진을 받으라는 의미다. 두경부외과 의사는 30초만 봐도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다.”

정은재 : “그런데 보통은 미리 검진을 받지 않고 입이 헐어서 아프거나, 무엇인가 삼키고 말할 때 목에 이물감을 느끼거나, 목에 멍울이 생기는 증상이 생겨 두경부외과를 찾는다. 이쯤 되면 두경부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목소리가 3주 이상 변하거나, 목에 멍울 같은 것이 3주 이상 있거나, 한쪽 코만 3주 이상 막히거나, 입안에서 3주 이상 피가 나면 두경부외과 병원을 방문하길 권한다.”

지용배 홍보이사(이하 지용배) :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역시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이다. HPV 관련 질병인 구인두암·구강암은 증가율이 특히 가파른데, 구강성교가 보편화하면서 발생률이 늘은 것으로 추정된다.”

–HPV가 원인이라면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나.

지용배 : “맞는다. HPV는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HPV 백신은 지금껏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불리면서 여성만 접종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남성이 HPV 감염에 더 취약하다. 남성이 HPV 백신을 맞으면 두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조광재 : “대통령은 선거 당시 HPV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에 편입시키기로 공약했는데,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배정된 것으로 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백신 접종 예산이 원안대로 통과되길 바란다. 남녀가 모두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 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

두경부암 발생 주요 부위./조선DB

–최근 전공의 이탈의 영향은 없나.

조광재 : “사실 전공의보다 전임의가 부족한 것이 더 힘들다. 두경부외과는 이비인후과의 한 갈래인데, 이비인후과 자체는 이(耳)과와 비(鼻)과가 아직 인기가 있어 전공의 지원율이 높다. 그런데 전문의가 돼 세부 분과를 정하면 두경부외과 대신 이과와 비과로 몰려 두경부외과는 지원자가 없다.”

지용배 : “지난 2022년 서울 권역응급의료센터 6곳을 통틀어 재직 중인 두경부외과 전임의는 단 1명 뿐이었다. 그나마 지난해와 올해는 아무도 없다. 교수 자리도 마찬가지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14곳 중 두경부외과 교수가 1명인 병원이 2곳, 2명인 병원이 5곳으로 전체의 절반은 교수가 2명 이하다.”

–두경부외과만 지원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조광재 : “이른바 필수 의료라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동안은 의사들이 사명감과 멋으로 두경부외과에 지원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수술을 몇 시간 만에 마치고 땀 흘리는 선생님과 선배들이 멋있어 보여 두경부외과에 발을 들였다. 그런데 세대가 바뀌면서 젊은 의사들에게는 사명감과 멋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적절하고 정당한 보상이 있거나, 업무와 여가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둘 다 안 되고 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필수 의료 분야가 더 사정이 낫다는 생각도 든다.”

–필수 의료 사정이 낫다고 느끼는 이유는.

지용배 : “필수 의료는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두경부외과는 인기과인 이비인후과 소속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지원 의지도 밝히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평가와 보상 과정에서 소외된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현실적인 얘기 같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정은재 : “은퇴하는 두경부외과 의사들은 늘어나는데 중증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신규 인력 양성은 끊겼다. 이처럼 지원자가 줄어드니 두경부외과가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이 악화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두경부외과 역시 필수 의료 지원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두경부외과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조광재 : “불합리한 수가(의료서비스 가격) 구조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 1977년 도입 당시 형태가 그대로 이어지는 가산 수가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필수 의료로 인정받은 진료과목은 가점이 붙지만 두경부외과에는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가산 수가제를 운용해도 필수 의료 과목에 지원자가 늘지는 않았고, 두경부외과에 대한 기피만 더 심해졌다. 현시점에서 정책 목표와 연계해 가산 대상과 기준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두경부암의 일종인 인후암에 걸렸던 미국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라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