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mRNA(전령리보핵산) 백신과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올해 547억달러(약 75조원)에서 2029년에는 1189억달러(약 164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백신과 치료제의 대상도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서 암, 만성 질환, 희소 질환까지 넓어지고 있다.
mRNA 의약품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생산 속도다. 예를 들어 기존 백신은 바이러스 자체를 달걀이나 동물 세포에서 배양하고, 정제와 약독화 과정을 거친 뒤 인체에 주입하지만,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드는 mRNA만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그만큼 제조 기간이 짧다. 제조 단계도 비교적 간단해 감염병이나 질환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다만 mRNA 의약품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조 비용을 줄이는 노력은 필요하다.
제약 생산 공정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리처드 브라츠 미 매사추세츠 공대(MIT) 화학공학과 교수는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BIX2024)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제조 공정이 곧 치료제 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mRNA 의약품 시장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치료제 공정을 연구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mRNA 공정에 뛰어들었다.
브라츠 교수는 mRNA 의약품 제조 기술에서 가장 큰 난제로 ‘불순물과 지질나노입자(LNP)’를 꼽았다. mRNA 의약품은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바이오 의약품보다는 불순물이 적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mRNA와 크기가 비슷한 이중나선RNA(dsRNA)가 생기는데, 인체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LNP는 mRNA를 면역세포까지 전달하는 일종의 ‘껍데기’다. 표적 세포와 mRNA에 맞춰 LNP를 설계해야 하지만 공정이 복잡하다.
브라츠 교수는 제조 공정의 한계들을 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건을 바꿔가며 소규모 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하고,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순물이 생기는 과정이나 지질나노입자의 작동 원리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츠 교수는 이날 BIX2024 기조 강연에서 “mRNA 의약품 시장에서는 ‘연속 공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속 공정은 분리된 공정 단계를 통합한 형태로, 유체를 흘려주는 것만으로 mRNA를 만들 수 있다. 원료를 주입하고 반응을 완료한 뒤에 다시 원료를 주입하는 불연속적인 공정에 비해 원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제조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미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화이자도 연구를 시작한 분야다.
브라츠 교수 연구진은 연속 mRNA 공정 센터에서 통합 공정을 구축해 생산 시간을 17시간까지 줄였다. 그는 “현실 데이터로 제조 공정을 가상 세계에 구현하고 원격 관리하는 ‘디지털 트윈’을 접목하면 생산 비용을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츠 교수는 “최종 목표는 mRNA를 포함해 유전자 기반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5000만달러(약 692억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생산 비용을 낮추면 mRNA 의약품의 적용 범위를 환자가 적은 희소질환까지 넓힐 수 있다. 브라츠 교수는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면 다음 날 바로 맞춤형 치료제를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며 “곧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