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진경

수술 없이 뇌에 주입해 뇌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센서가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2㎜에 불과해 쌀 한 톨 크기인 이 센서는 젤리처럼 말랑한 하이드로젤로 만들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돼 사라진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팀은 이 센서를 쥐와 돼지 등 동물 뇌에 주입해 뇌의 압력, 온도, 혈관의 유속 등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체 곳곳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센서가 개발되고 있다. 미래 의학에 관한 책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를 쓴 에릭 토폴 박사는 “의학의 미래는 눈에 띄지 않게 실시간·지속적으로 건강을 모니터링해 예방적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에 달려있다”고 했다.

◇귀걸이·알약 형태로 인체 데이터 수집

시계 형태로 심박 수, 신체 움직임, 수면 패턴 등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워치가 일상화된 가운데,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2월 귀걸이 모양 생체 신호 측정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종이처럼 가벼운 귀걸이 센서는 스마트 워치보다 훨씬 작고 덜 불편하며 체온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인체에 손쉽게 삽입할 수 있는 센서 개발도 활발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지난달 알약 크기로 삼킬 수 있는 위장 센서를 선보였다. 이 센서는 캡슐에 들어있다가 위에서 캡슐이 소화되면 길고 가느다랗게 확장된다. 이를 통해 소화기의 움직임, 위장 장애 등을 진단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아담 기를라흐 박사는 “심장은 심전도계로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반면, 위와 장 등 소화기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며 “지금까지는 수술을 통해 전극을 이식하거나 내시경으로 직접 내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센서를 이용하면 진단이 훨씬 간단하고 정확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주사를 통해 피부 아래에 삽입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도 개발됐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 연구진이 만든 센서는 피하 주사를 통해 삽입하고, 빛을 사용해 포도당 수치를 측정한다. 또 스마트 워치와 연동돼 실시간으로 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피부에 붙이는 센서를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 혈당 측정기보다 유지 관리가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체 측정 센서에 양자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있다. 중국과학기술대는 지난달 다이아몬드 기반의 양자 센서로 살아있는 동물의 심장에서 자기(磁氣)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상용화된 자기심장검사(MCG)는 심장의 미세 전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심혈관 질환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지만, 값비싼 대형 장비가 필요하고 환자는 가슴을 가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연구진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단일 세포나 분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약한 자기장을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극저온이 아닌 일반적 의료 환경에서도 양자 장치를 사용하는 데 성공한 첫 사례다. 연구진은 “아직 정밀도가 부족하지만 향후 내시경 등 기존 장비와 함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술용 첨단 실과 인공 피부로 감지

국내 연구진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한양대학교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고무처럼 형태를 변형해도 무선 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 신축성을 가진 고무 재질 기판에 세라믹 나노 입자를 혼합한 것으로, 90m가 넘는 장거리에서도 무선으로 통신이 가능하다. 이 인공 피부를 이용하면 신체 움직임, 피부 온도, 근육 신호, 뇌파 등 인체 신호들을 원거리에서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세대, 고려대 등 공동 연구팀은 의료용 바늘과 실에 센서를 결합해 수술 부위의 회복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압력 감지 센서를 최근 선보였다. 이 센서는 금 나노 입자와 전도성 섬유 전극을 기반으로 만든 수술용 실 형태로, 별도 칩이나 베터리 없이 외부에서 무선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실로 돼지의 파열된 아킬레스건을 봉합하고 회복 기간 아킬레스건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장우영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인체의 회복 과정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면 환자의 회복 속도에 맞춘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