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을 눈여겨보면 무선 이어폰 같은데, 오른쪽을 유심히 보면 권투 장갑처럼 생긴 이 사진은 무엇일까. 언뜻 보면 캐러멜콘 땅콩 과자처럼 생긴 이것은 지구에서 무려 64억㎞ 떨어져 있는 소행성을 찍은 사진이다. 2014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처음 포착했고, 2019년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뉴허라이즌스 탐사선이 근접 비행해 촬영한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당시에는 ‘눈사람처럼 생긴 소행성’으로 눈길을 끌며 ‘울티마 툴리(Ultima Thule)’로 불렸다, 이는 라틴어로 ‘알려진 세계를 넘어서’란 뜻이다. 이 말이 아리안 신화의 고대국가를 가리킬 때 나치가 사용했던 용어라는 지적이 나오자, NASA는 북미 원주민 언어로 ‘하늘’을 뜻하는 ‘아로코스(Arrokoth)’를 소행성 공식 명칭으로 정했다.
과학계에서는 아로코스가 눈사람처럼 생긴 이유가 두 천체가 충돌해 합쳐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보니 두 작은 천체가 서로 가까워지다 부드럽게 합쳐져 호떡 2개가 붙은 것과 같은 현재의 눈사람 모양이 됐다는 것이다.
다만 아로코스 표면이 붉은 이유에 대해선 의문이 남았는데, 미국 하와이대 연구진이 지난 3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아로코스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표면의 메탄올과 당분을 포함한 유기화합물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아로코스 표면을 재현하기 위해 극저온에서 메탄올에 방사선을 쬐는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생성된 물질의 특성을 분석했다. 포도당과 글리세롤 성분 등을 확인한 연구진은 아로코스가 붉은 이유는 표면의 유기물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가 “아로코스에서 생성된 유기물이 지구로 전달됐을 수 있다”고 했다. 지구 생명체의 기원일 수도 있다는 가정인데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당 성분이 풍부한 아로코스 표면을 맛본다면 솜사탕처럼 달콤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