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최강의 로켓 우주선인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네 번째 시도 만에 지구 궤도 비행과 귀환에 성공했다. 앞서 세 번의 시험 비행에서 우주선이 발사 또는 지구 재진입 과정에서 폭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처음으로 지구에 안착했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만든 스타십은 5명 이하 기존 유인(有人) 우주선의 20배에 달하는 100명을 태울 수 있고, 100톤이 넘는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거대 우주선이다. 2026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착륙 프로젝트 때 우주 비행사들을 태우고 갈 임무를 맡고 있고, 100만명이 거주하는 화성 정착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머스크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핵심 수송 수단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스타십의 성공적인 시험 비행을 축하한다”며 “우리는 다시 한번 인류를 달에 올리고, 화성으로 향하는 데 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백형선, 사진=로이터 뉴스1

◇로켓과 우주선 성공적으로 돌아와

스타십은 6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 발사 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됐다. 시험 발사인 만큼 이번에 사람이 탑승하지는 않았다. 스타십은 사람이 탑승하는 우주선인 ‘스타십’과 이를 쏘아 올리는 로켓 ‘수퍼 헤비’로 구성돼 있다. 스페이스X 측은 4차 비행의 목표가 스타십과 수퍼 헤비를 수거하고 재사용하는 능력을 입증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지구 궤도 비행에 성공했던 지난 3차 발사에선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퍼 헤비는 상단부인 스타십을 지구 궤도에 올린 후 발사 지점과 인접한 멕시코만 해안에 연착륙하며 목표를 달성했다. 수퍼 헤비와 순조롭게 분리된 후 자체 엔진을 켜고 고도 210㎞에 도달한 스타십은 40분간 지구 궤도 항해를 마치고 고도를 낮추며 대기권 재진입을 시작했다. 발사 후 50분 무렵인 이때 지구 방향으로 선회하기 위해 플랩(flap·작은 날개)을 펼쳤다. 스타십은 발사 때처럼 하단이 아래로 향하고 역추진 엔진을 이용해 서서히 하강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에 스타십은 발사 후 약 1시간 만에 예정대로 인도양에 착수(着水)했다.

그래픽=백형선

◇우주 관광 ‘성큼’

4차 시험 비행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스타십에 탑재된 카메라로 전송된 실시간 영상을 보면, 날개 부분에서 연기와 함께 조각들이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많은 타일(tile)이 손실되고 날개가 손상됐지만 스타십은 바다에 연착륙했다”고 했다. 스페이스X 측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건이 다음 비행을 위한 중요한 데이터”라고 했다.

스타십의 상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재사용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스타십이 갈수록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온다. 각 시험 비행 사이에 걸린 시간이 7개월에서 4개월, 3개월로 점점 단축되고 있다.

스타십의 빠른 발전은 예산과 안전 문제로 늦춰진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NASA는 올 초 달 유인 궤도 임무와 달 착륙 임무인 아르테미스 2·3단계 시행 시기를 각각 2025년과 2026년으로 1년씩 미룬 바 있다.

스타십이 상용화되면 우주 관광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현재 가능한 우주 관광은 고도 100㎞ 상공에 올라 수 분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수준으로 1인당 비용이 50만달러(약 6억8000만원) 안팎이다. 스타십처럼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선은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앞서 빅뱅의 탑이 달 궤도 여행 탑승객으로 선정돼 화제가 됐던 일본의 ‘디어문 프로젝트’는 스타십 우주선을 타고 1주일간 달 궤도를 다녀올 예정이었는데, 스타십 개발이 지연되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스타십이 향후 시도에서 유인 비행까지 성공하면 이와 같은 민간 우주 관광 프로그램들이 생겨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미국 보잉사의 우주캡슐 ‘CST-100 스타라이너’는 첫 유인 시험 비행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에 성공했다. 이번 비행은 스타라이너가 우주 비행사를 싣고 ISS를 왕복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일주일 후 예정된 지구 귀환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스타라이너는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과 함께 NASA의 ISS 수송선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