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고래. /CETI

지능이 높은 동물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고래다. 과학자들이 10여 년간 고래들의 노래를 분석해 의사소통의 기본 단위를 찾아냈다. 사람으로 치면 ‘음성 알파벳’을 발견한 것이다.

MIT(매사추세츠공대)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연구소(CSAIL)와 국제 향유고래 언어 연구 단체(CETI) 연구팀은 카리브해에서 사는 향유고래 60여 마리의 소리를 분석해 이들이 딸깍거리는 소리(클릭)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신호를 만들어낸다고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밝혔다.

향유고래는 이빨고래류 중 몸집이 가장 큰 종으로, 클릭 음으로 의사소통한다. 향유고래는 한 번에 3~40회 클릭 음을 내며 의사소통하는데, 연구팀은 이를 ‘코다(coda)’라고 이름 붙였다. CETI 연구팀은 2014~2018년 카리브해에서 향유고래 60여 마리가 내는 코다 8719건을 수집했다. 이를 통해 의사소통에 자주 쓰는 고유한 코다 유형 21건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향유고래들의 코다가 일종의 알파벳 체계라고 분석했다. 향유고래들이 여러 코다의 리듬과 박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다양한 소리를 냈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다 조합 143건이 자주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고래들이 각 코다의 끝부분에 추가적인 클릭 음을 내고, 이를 들은 고래가 코다로 응답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추가적인 클릭 음을 통해 상대 고래에게 ‘이제 말할 차례’라고 알려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향유고래들이 코다를 조합해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는 일에 대해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고래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뜻을 아직 파악하진 못했지만, 의사소통의 기본 단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라며 “챗GPT와 유사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고래들의 노래를 학습시켜 의미를 알아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