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하이트 존슨앤드존슨 최고 외부혁신 및 의학부문 총괄 부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투자 유치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훈 기자

“국가가 좋은 바이오 테크 생태계를 갖추고자 한다면 필요한 조건이 세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는 훌륭한 대학, 둘째는 정부의 적절한 지원, 마지막으로 투자은행(IB)· 벤처캐피털(VC) 등의 활발한 투자 문화죠.”

빌 하이트 존슨앤드존슨 최고 외부 혁신 및 의학 부문 총괄 부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은 좋은 대학과 정부 지원을 갖춘 만큼, 바이오 투자 문화도 곧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이트 부회장은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플랫폼 주관 사업자로서 보건복지부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방한했다. 이번 협약으로 존슨앤드존슨 산하의 바이오 기업 액셀러레이터 ‘제이랩스(JLABS)’가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개발부터 투자 유치, 기업 상장 등까지 돕게 된다.

2012년 출범한 제이랩스는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바이오 벤처 및 의료 기술 기업 1000여 곳을 지원해 1094억달러(약 145조원) 투자금 유치와 57개 기업 상장 등 성과를 냈다. 제이랩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은 제약 부문 임상 연구자 1만여 명을 보유한 존슨앤드존슨 연구개발(R&D) 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이트 부회장은 “한국은 암, 골절, 관절 등 노인 의료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시장”이라며 “특히 알츠하이머와 신경 퇴행성 질환에 대한 혁신 신약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이트 부회장은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공으로 ‘기술의 혁신성’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제이랩스 프로그램 선정 기업을 평가할 때 이 기술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인지를 먼저 본다”라며 “바이오 분야는 개발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기준으로 봤을 때가 아니라 향후 5년, 10년 후를 기준으로 시장의 기대를 상회할 수 있을 정도로 혁신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하이트 부회장은 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가는 과정에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킬러 실험(killer experiment)’을 잘 설계하고 이에 합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킬러 실험은 기술의 성공을 가늠할 핵심 실험을 말한다. 그는 “바이오 기업이 성공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기회 비용을 투입할지 정확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트 부회장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과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외부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야 혁신 기술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 연구진이 외부 연구진보다 낫다’ ‘외부의 아이디어는 못하다’는 식의 사내 문화가 있으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