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젭바운드 등 미국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 치료제의 국내 출시 시기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며 해외에 공급할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출시를 위해 필요한 임상 시험 일정이 계속 밀리기 때문이다. 연내 출시도 불투명하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주 1회 주사만으로 약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내면서, ‘게으른 부자들의 살 빼는 주사’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위고비

블룸버그는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국 대형 약국 체인인 CVS, 월그린, 월마트 등에서 젭바운드의 일부 또는 전량이 백 오더(계약 후 미출고) 상태라고 전했다. 납품 계약에도 제약사가 상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젭바운드는 지난해 11월 FDA(미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로, 경쟁 제품인 위고비의 품귀 현상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제품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비만 치료제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젭바운드와 위고비를 각각 만드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생산량 확대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지주사인 노보홀딩스는 지난달 글로벌 위탁 개발 생산(CDMO) 기업 캐털런트를 인수했다. 일라이릴리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독일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건설한다고 지난해 연말 발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제로 생산량이 확대돼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있으려면 최소 2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출시 일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위고비는 지난 2월 일본에 출시되며 아시아 시장에 진입했고, 연내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한국 출시 예정일은 미정이다. 지속되고 있는 의정 갈등도 의외의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 병원에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위고비 임상 시험을 실시하고 있는데, 대학 병원의 인력 부족으로 임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 연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여러 상황을 보면 내년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