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갈라진 땅에 방치된 철조망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2억4000만년 전 파충류 ‘디노세팔로사우루스 오리엔탈리스’ 화석이다. 이 이름에는 ‘동양에서 유래한 흉측한 머리를 가진 파충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과 중국 저장 자연사박물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최근 왕립 에든버러학회 지구환경과학 회보에 이 동물의 전체 형태를 화석으로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03년에 처음으로 두개골 화석을 발견한 이후 20년에 걸쳐 척추뼈 화석 등을 추가로 발견해 성과를 낸 것이다.
사진 왼쪽에 가시 면류관처럼 동그랗게 말려 있는 부분이 목이다. 목이 전체 몸 길이(약 6m)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길어 스코틀랜드 네스호(湖)에 산다(?)는 ‘괴물’을 연상시킨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측은 이번 연구 성과를 공개하면서 “디노세팔로사우루스는 네스호의 괴물 신화에 영감을 준 ‘플레시오사우루스’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목이 긴 수장룡(首長龍)으로 불리는 플레시오사우루스는 약 2억년 전 동물로, 디노세팔로사우루스보다 4000만년 후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디노세팔로사우루스가 상상의 동물 ‘용(龍)’과 비슷한 생김새라고 강조했다. ”숫자 8처럼 말려 있는 모습이 중국 용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일부러 2024년 ‘푸른 용’의 해에 이 논문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우연의 일치”였다고 했다.
이번 연구에서 추가로 발견된 화석들은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 인근에서 나왔다. 이 지역 한 농가에서 디노세팔로사우루스 척추뼈 화석을 돼지우리를 둘러싸는 용도로 쓰고 있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팔다리 형태와 위장 부위에 어류가 있었던 점을 들어 디노세팔로사우루스가 수중 생활을 했다고 보고 있다. 길쭉한 목을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물속에서 오징어나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살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디노세팔로사우루스의 자그마한 머리와 길고 가느다란 목이 사냥에 유리했다고 분석했다. 머리가 작아 들키지 않고 먹잇감에 접근할 수 있었고, 길고 유연한 목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먹이를 덮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