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충북 청주시 GC녹십자 오창 공장에서 실험 가운과 위생망을 착용한 검사원 4명이 어두운 방 안에 마주 앉아 유리병 두 개를 손에 들고 내용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들은 유리병을 각각 검은색과 흰색 배경에 번갈아 비춰보며 꼼꼼히 살폈다. 혈액제제(면역글로불린)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에 진출하는 ‘알리글로’ 품질을 검사하는 장면이다. GC 녹십자 관계자는 “검사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불순물을 확인하고, 특수 카메라가 한 바이알(병)당 12장의 사진을 찍어 최종적으로 이물질 분석을 한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가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하반기 미국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품목 허가를 획득하고 지금은 현지 약국과 보험사 등과 판매 방식을 협의 중이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장에 포함된 다양한 단백질을 성분별로 분리·정제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혈장을 원료로 하는 만큼 감염과 바이러스에 취약해 제조 공정이 중요하다. 박형준 GC녹십자 오창 공장장은 “정제 기술로 불순물 혈액응고 인자를 99.9%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올해도 이어진다. GC녹십자의 ‘알리글로’와 셀트리온의 ‘짐펜트라’가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 판매를 시작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도 미국 매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에 진입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FDA 인허가뿐 아니라 복잡한 미국 사보험 시장과의 계약, 현지 영업과 마케팅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GC녹십자는 7월 알리글로를 미국 주요 보험사 처방집에 등재하고, 현지 시장에 정식 출시한다.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를 위해 면역글로불린 유통 채널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전문약국(SP)’을 주로 공략할 계획이다. 이우진 GC녹십자 글로벌 사업본부장은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기술을 도입해 제품의 안전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라며 품질 경쟁력을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제품명)의 미국 초도 물량을 최근 선적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직판 마케팅망을 구축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달 초까지 3회에 걸쳐 짐펜트라 초도 물량을 출하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 시장에 진출한 자가면역 치료제 ‘하드리마’의 판매 확대에 나선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의 올해 미국 판매 목표액이 4160억원이라고 최근 미국 현지 행사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