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를 신고하며.’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지난 19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사이버안전센터를 방문해 사이버 보안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전원이 교체되면서 퇴임한 조성경 전 1차관이 남긴 글의 제목입니다. 그는 부처를 떠나며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미션 클리어! 이제 공직자 조성경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교수 조성경으로 복귀합니다”라고 썼습니다. 조 전 차관의 ‘이임식’은 일반적인 고위 공직자의 이임식과는 달랐습니다. 행사명도 이임식이 아닌 ‘복귀 신고식’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소속인 명지대로 돌아가는 당연한 일에 굳이 ‘대통령의 명’까지 거론하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공무원들도 많았습니다.

조 전 차관은 글에서 “주어진 역할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미션을 완료했느냐’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미션 클리어한 임무로 연구·개발(R&D) 혁신과 우주항공청법 제정을 꼽았죠. 하지만 이 글을 읽은 한 공무원은 “할 말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조 전 차관 재임 시절 대규모 R&D 삭감으로 과학기술계의 큰 반발이 있었고, 지금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말 한 행사에서 출처도 불분명한 ‘8대 R&D 카르텔 사례’를 발표하며 과기계의 분노만 키웠습니다. 우주항공청법 추진 과정에서도 잡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미션 클리어’라며 자화자찬한 셈입니다. 자신의 성과를 얘기하는 중 눈물까지 흘린 그에 대해 관가에서는 ‘정신 승리’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한 공무원은 “조 차관이 추진력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방향성이 잘못됐던 것 같다”며 “재임 중 ‘장관도 모르는 일을 추진한다’ ‘소통 없이 일만 되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신임 차관들 앞에는 혼란스러운 연구 현장 분위기를 다시 바꿀 복안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곧 출범할 우주항공청 문제도 매듭지어야 합니다. 한 신임 차관은 “공직 생활의 마지막 소임인 만큼 후회 없이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과학기술계와 오래 소통해온 공직자 출신 차관들이 산적한 과학기술계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데 앞장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