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폴드 2′가 단백질 구조 예측의 정확도를 2년 만에 58%에서 88%로 끌어올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000년 가까이 걸릴 도전으로 여겨온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예측에서 AI가 정확도를 3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며 돌파구를 연 것처럼, 주식 예측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개선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식 투자 AI도 ‘게임 체인저’가 나올 겁니다.”
컴퓨터 알고리즘 최적화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의 또 다른 직함은 알고리즘 투자전문사 ‘옵투스자산운용’ 대표다. 문 교수는 2009년 옵투스자산운용을 세우고 10여 년간 주식시장에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한 투자를 해왔다. 그는 중장기 주식 투자에는 알고리즘도 충분히 잘 작동하고 있지만, 단기 예측에 적용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AI가 개별 종목의 단기 상승 또는 하락을 전망했을 때의 적중률이 최대 57% 수준인데, 3%포인트만 끌어올려도 주식 투자에 혁명 같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알파폴드2는 흔히 아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아닌 ‘최적화형 AI’”라며 “그럴듯한 답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생성형과 달리 최적화형은 정확한 답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훨씬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참조할 만한 아이디어가 많다”고 했다.
고도화된 ‘주식 투자 AI’는 언제쯤 세상에 나타날까. 문 교수는 “AI 기술이 급성장한 2017년 이후 지금까지 500편 이상의 주식 투자 관련 AI 논문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확도와 기술에서 놀라운 결과는 아직 없었다”며 “그러나 곧 투자 시장도 AI로 한번 시끄러워질 때가 올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서는 2년 내로 결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알고리즘으로도 옵투스자산운용은 코스피 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알고리즘 투자의 인기가 높지 않다. 문 교수는 “투자자들이 시간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알고리즘 투자가 시장의 수익률을 웃돈다 해도 매 순간 시장을 이기는 것은 아닌데,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초기 세계 증시가 흔들리던 3개월간은 우리도 손해가 컸다. 당시 코스피 지수가 -20%, 우리(옵투스자산운용) 포트폴리오는 -22%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하지만 그 후부터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는 51% 상승, 옵투스 포트폴리오는 84%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수익은 성공과 실패의 혼합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항상 시장에 속해 있어야 결정적인 수익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인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오는 4월 8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에 출연해 AI 혁명에 대해 강연한다. 구독과 알림설정 해놓으면 문 교수의 AI 혁명에 대한 강연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