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무인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가 22일(현지 시각) 달 착륙에 성공했다.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이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킨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오디세우스는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 미션 이후 52년 만에 달에 착륙한 미국 탐사선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오디세우스가 이날 오후 6시 23분 달 남극 근처 분화구인 ‘맬러퍼트 A’ 지점에 착륙한 뒤 신호를 보내자 스티브 알테무스 머신스 최고경영자(CEO)는 “웰컴 투 더 문(Welcome to the moon·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라고 했다. 발사 관계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성공의 기쁨을 만끽했다.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오늘 반세기 만에 미국이 달에 돌아왔다”면서 “NASA 파트너십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날”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디세우스의 달 착륙에 대해 “달에 인류를 걷게 한 아폴로 미션보다는 소박하지만, 민간 주도의 경제적인 우주 운송이라는 혁명의 시대를 여는 모험”이라고 했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또 다른 장이 열린 것이다.
◇2시간 늦어진 오디세우스 착륙
오디세우스의 달 착륙은 순탄치 않았다. 달 착륙 과정에서 하강 속도와 고도를 측정하는 레이저 장비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착륙이 2시간 연기됐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NASA는 오디세우스에 탑재한 NASA의 실험용 라이다 장비를 원격 업데이트해 레이저 장비 역할을 대신하게 했다. 엔진을 작동해 달 표면으로 내려가는 약 12분간의 하강이 시작된 뒤에는 10분간 오디세우스와 통신이 끊기는 일도 벌어졌다. 뒤늦게 통신이 연결된 오디세우스는 현재 정상적으로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고 있다.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현재 달 표면을 찍은 이미지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오디세우스는 앞으로 약 일주일간 달 남극 주변의 지형과 자원을 탐사할 계획이다. 오디세우스가 착륙한 맬러퍼트 A 지점은 얼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으로, 달 유인 기지 건설의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오디세우스는 이 지역의 물이 달 탐사·개발 시 식수를 비롯한 자원으로 활용 가능한지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오디세우스는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려는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미션과 연계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일부다. NASA는 CLPS를 통해 여러 민간 기업에 달 탐사 프로젝트를 배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오디세우스 착륙을 위해 NASA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1억1800만달러(약 157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두 차례 오디세우스가 추가 발사되고, 그리핀·블루고스트 등 다른 기업들의 민간 달 탐사선도 발사된다.
NASA는 “정부 주도 우주개발은 높은 성공률을 보장하기 위해 수많은 사전 실험과 설계 변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엄청난 예산이 든다”면서 “민간에 이를 맡겨 경쟁을 촉발하면 비용 감축과 관련 생태계 구축까지 이룰 수 있다”고 했다. NASA는 민간 달 탐사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NASA 전통 방식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본다. NASA는 기업들의 달 탐사 자료를 분석해 내년 9월 유인우주선을 달 궤도에 보내고, 2026년 9월 유인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민간 우주 기업들은 여전히 적자
수많은 기업이 달 탐사에 뛰어들고 있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오디세우스 발사에 성공한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작년 3분기에만 2320만달러 적자를 봤는데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약 2배 수준이다. NASA와의 계약을 제외하면 별다른 수익도 없다. 기업들은 달 기지 건설이나 희귀 광물 채취 등을 장기적인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언제 실현이 가능할지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우주 발사 시장을 선도하는 스페이스X 역시 최근까지 수익의 대부분을 NASA와의 계약에 의존했다”면서 “마라톤처럼 긴 레이스에서 끝까지 버티는 기업이 결국 우주 시대의 결실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우주 기업들은 정부 이외의 민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달에서 얻은 데이터를 정부와 학계·기업에 팔거나, 우주 비행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와 실험 장비를 다른 산업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협업하는 것이다. 실제로 오디세우스에는 달의 혹독한 기온을 견딜 수 있는 단열재가 씌워졌는데, 의류 업체 콜롬비아가 개발했다. 콜롬비아는 신소재를 테스트하고,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소재를 공급받으며 추가 수익까지 거둘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아르테미스 미션
2017년 미 정부와 NASA 주도로 수립된 인류의 달 착륙 및 탐사 계획. 그리스 신화 속 태양신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서 이름을 땄다. 과거 NASA 주도의 아폴로 계획과 달리, 민간 기업의 우주 참여를 유도한 것이 특징이다. 스페이스X·로켓랩 등 민간 기업의 우주 발사체(로켓)를 활용하고, 달 착륙선도 민간 기업이 만든다. 2025년 유인 달 궤도선 발사, 2026년 유인 달 착륙선 발사, 2028년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