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서 타자치고 있는 리트리버 모습. 소라로 제작했다. /오픈AI 틱톡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하면 고화질의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스템 ‘소라’가 연일 화제다. 소라는 챗GPT로 AI 열풍을 일으킨 미국 오픈AI가 제작한 서비스로 지난 15일(현지 시각) 공개됐다. 특히 틱톡에서 공개된 홍보 영상은 조회수 100만회를 훌쩍 넘길 정도로 이목을 끌고 있다.

21일 오픈AI 틱톡 계정을 보면, 합성인지 실제인지 헷갈릴만한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후드티를 입은 강아지가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 타이핑을 하는 모습이다. 조회수 130만회를 넘기고 댓글도 2000개 이상 달렸다.

얼핏 보면 실제로 강아지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소라에 명령어를 입력해 제작된 장면이다. 오픈AI는 “이 비디오는 소라에 의해 생성됐다”며 ‘검은 후드가 달린 스웨트 셔츠를 입은 컴퓨터 해커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빠르게 타이핑하고 있는 강아지의 얼굴에 컴퓨터 화면의 빛이 반사되고 있다’는 내용을 입력했다고 밝혔다.

원숭이가 공원에서 체스를 두고 있는 영상도 81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조끼와 모자를 착용한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상 제작에도 역시 소라가 이용됐다. ‘공원에서 체스를 두는 원숭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했다고 한다.

오픈AI의 소라를 이용해 만든 영상. 원숭이가 체스 말을 든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듯한 모습이다. /틱톡

약 1만년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매머드 영상도 있다. 매머드 무리가 눈이 가득 쌓인 설원을 저벅저벅 지나가는 장면이다. ‘몇 마리의 거대 털북숭이 매머드가 눈 덮인 초원을 밟고 다가온다’ ‘그들의 긴 털은 걸을 때 바람에 가볍게 날린다’ ‘저 멀리 눈 덮인 나무들과 드라마틱하게 눈 덮인 산들이 있고, 한낮의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뭉게구름과 멀리 높은 태양이 따뜻한 빛을 만들어내고, 낮은 카메라 뷰는 아름다운 사진과 피사계 심도로 커다란 털북숭이 포유류를 포착하는 것이 놀랍다’ 등 구체적인 명령어를 입력했다고 오픈AI는 설명했다.

오픈AI는 직접 소라로 제작한 영상과 여기에 쓰인 명령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첫 영상이 틱톡에 올라왔는데, 단 5일 만에 팔로워가 10만명을 넘겼다. 네티즌들은 “미래가 여기에 있다” “옛날에는 AI도 약간 어색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현실을 완전히 재현할 수 있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 정도면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 “과연 이점이 단점보다 클지 의문” 등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외에도 중국의 한 블로거가 소라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단편 애니메이션 ‘서유기’가 화제 되기도 했다. 미술 작업 경력이 15년이라는 이 블로거는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데 최소 반년이 걸리는데, 소라의 도움으로 일주일 만에 뚝딱 완성할 수 있었다”며 “속도가 그야말로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보다 빠르다”고 했다.

매머드가 설원을 걷는 모습. /오픈AI 틱톡

이처럼 소라의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 점쳐지자, 미국과 AI 개발 경쟁 중인 중국에서는 충격적인 기술력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중국 인터넷 보안 기업 치후360 창립자 저우훙이는 오픈AI 발표 이후 웨이보에 “소라가 광고와 영화 예고편 업계를 완전히 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의 거대언어모델(LLM) 발전 수준이 오픈AI가 지난해 3월 내놓은 GPT-4와 1년 반 정도의 격차가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 보도에 따르면 한 재계 고위 인사는 소라를 두고 ‘뉴턴 모멘트’라는 표현을 썼다. 소라의 등장을 뉴턴의 운동 법칙에 견준 것이다. 다른 인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원을 받는 오픈AI가 미국과 중국의 AI 격차를 확대하는 또 다른 ‘비밀 병기’를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