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 질병으로 손을 잃은 환자가 의수(義手)로 물체의 온도를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의수의 손가락 끝 센서가 남은 팔의 신경에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의수를 통해 촉감을 느끼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EPFL) 연구팀은 10일(현지 시각) 신체 일부를 잃은 환자가 물체 온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온도 감지 장치 ‘미니터치’(MiniTouch)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메드(Med)에 발표했다. 앞선 연구에서 연구팀은 남아 있는 팔 특정 부위에 열을 전달하면 손으로 온도를 느끼는 듯한 ‘환상(幻想) 열 감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절단 환자 27명 중 17명이 온도를 느낄 수 있게 한 적이 있다. 미니터치는 이 연구를 발전시켜 의수와 센서 등 전자기기를 통합해 제품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37년 전 아래팔 절단 수술을 받은 57세 남성의 의수를 만든 뒤 남아 있는 팔 부위에 연결했다. 의수의 검지로 열을 감지하게 하고, 다양한 온도의 물체와 재질을 만지게 하며 온도 구별 능력을 시험했다. 그 결과 의수를 착용한 남성은 병에 든 차가운 물(12℃)과 상온의 물(24℃), 따뜻한 물(40℃)을 100% 정확하게 구별했다. 또 사각형 금속을 집어 옮기는 실험에서도 물체가 따뜻한지 차가운지 정확히 구별해냈다. 의수가 측정한 온도를 팔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실제 사물의 온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의수의 촉감을 감지하는 능력은 다치지 않은 팔에 비해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의수가 아직 부드러움 같은 질감을 구별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팔의 감각 신경세포(뉴런)와 운동 뉴런 간 피드백에 필요한 능동적 온도 감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의 솔라이만 쇼쿠르 박사는 “우리 목표는 촉각과 온도 감각은 물론이고 의수를 내 몸처럼 느끼게 하는 감각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들은 ‘이것은 부드럽고 뜨겁다’ 또는 ‘이것은 딱딱하고 차갑다’ 등을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서 기술이 발달하고, 연구가 더 진척되면 실제 자신의 몸처럼 완전한 감각을 전달해주는 의수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