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체중 감량 신약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비만 환자들의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결과가 5일(현지 시각) 나왔다. 이번 연구는 젭바운드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한 임상 3상의 하위 연구다. 미국 텍사스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연구진은 젭바운드가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임상 3상 참가자 중 2형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 약 600명을 선별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 중 3분의 1은 연구 시작 시점에 고혈압이 있고, 하나 이상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는 상태였다.

연구진은 2019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36주간 참가자들에게 위약(시험 결과 비교를 위한 가짜 약) 또는 3가지 용량의 젭바운드(5㎎, 10㎎, 15㎎) 중 하나를 투약했다. 연구 결과 젭바운드 5㎎ 투약군은 수축기 혈압이 평균 7.4㎜Hg, 10㎎ 투약군은 평균 10.6㎜Hg, 15㎎ 투약군은 평균 8.0㎜Hg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젭바운드의 혈압 조절 효과는 낮과 밤에 모두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수축기 혈압은 주간 수축기 혈압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혈압 환자들이 특히 야간 수축기 혈압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젭바운드는 일라이릴리의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같은 성분의 비만약으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정식 승인 후 판매되고 있다. 앞서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경쟁하고 있다. 위고비가 글루카곤펩타이드(GLP) 수용체 계열인 유사 GLP-1 호르몬을 표적하는 반면, 젭바운드는 GLP-1 호르몬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GIP)’를 동시에 겨냥해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GLP-1 계열 신약들이 비만, 당뇨 치료 외에도 다양한 효능을 입증하면서 제약사들은 적응증 확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위고비가 심혈관 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고, 최근에는 또 다른 GLP-1 계열 치료제인 삭센다가 염증 완화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이나 알코올·코카인 등 중독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