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지구 상공 약 400㎞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우주비행사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두통과 어지러움이 밀려온다고 한다. 이른바 ‘우주 멀미’가 찾아오는 것이다. 낮아진 중력 때문에 혈액이 머리 쪽으로 쏠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몸을 지탱하던 근육은 매주 1%씩 줄어들며 뼈는 매달 1.5%씩 가늘어진다. 지구에 비해 중력이 약 10만 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인체의 생물학적 시스템이 뒤흔들리는 것이다. 이처럼 중력이 미세하게 작용하는 상태를 ‘미세 중력’이라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세 중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수없이 많다”고 했다. 안전한 유인(有人) 우주 탐사와 여행을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4명의 민간 우주비행사를 태운 스페이스X ‘팰컨9′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들의 임무는 2주간 ISS에 머무르며 미세 중력에 관한 30여 가지 실험 과제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심(深)우주 여행 관건

이번 임무 가운데 첫 번째 과제는 미세 중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신체 움직임을 감지하고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우주복을 입고 심장 박동 패턴, 체온, 움직임 등을 측정한다. 또 우주비행사의 면역T세포를 수집해 미세 중력에서 면역 세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한다. 이를 통해 우주 비행에 적합한 면역 체계를 가진 우주비행사 선정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비정상적인 면역 세포 반응을 줄이기 위한 유전자 조작 실험을 이어간다.

ISS에서 미세 중력이 인간 수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된다. ISS처럼 고립된 공간에서 수면이 부족해질 경우, 주의력과 집중력이 약해지며 감정 처리도 영향을 받는다. 우주에서 장기간 임무 수행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이번 실험에서 우주비행사들은 뇌파 장비로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지구에서의 수면과 비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는 수면 부족이 어느 정도로 일어날 수 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한다. 또 미세 중력에서 음식 조리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심장 등 심혈관계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뇌와 중추신경계 영향은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등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한다.

◇“의학 혁명 이끄는 계기 될 것”

인류가 태양계 다른 행성으로 탐사를 가려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인간이 우주 미세 중력에서 오래 버틸수록 우주 탐사의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미세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장기 우주비행을 위한 인간의 ‘동면(冬眠)’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북극에 서식하는 땅다람쥐는 1년 중 9개월 가까이 겨울잠을 자지만, 근육이나 골밀도가 손실되지 않고 깨어나서도 곧바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온을 한계까지 낮춰 몸을 ‘일시정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북극 땅다람쥐처럼 동면할 수 있다면 산소와 음식 등 보급품을 최대한 아끼면서 최소한의 에너지로 비행할 수 있고, 근육과 뼈 손실 등도 예방해 장기 임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이는 결국 시급을 다투는 중환자의 생명 유지 기간을 늘리는 등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미세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미 UCLA 연구팀은 미세 중력으로 감소한 골밀도를 다시 높일 수 있는 단백질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세 중력으로 감소한 골밀도를 뼈 형성을 돕는 방식으로 다시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동물 임상을 통해 증명했다. 아직 인간에게 적용하려면 갈 길이 멀지만 연구팀은 “미래 화성 임무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골다공증 환자를 위해서도 미세 중력이 뼈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미세 중력에서의 불면증, 심혈관 질환, 빈혈 치료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주과학 매체 스페이스닷컴은 “모든 우주 의학 연구들은 미래의 우주 탐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지구 안에서도 의학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미세 중력

중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지구를 향해 낙하하는 동시에 수평 이동을 해 곡선 형태의 궤도를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우주 비행사는 ‘무중력’을 경험하지만 실제 ISS의 중력은 지구의 약 10만 분의 1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