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애와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생식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양성애 유전자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 미시간대 연구팀은 양성애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을 가지며, 이는 생식에 유리할 수 있다고 3일(현지 시각) 밝혔다. 사이언스는 “엄연한 진화론 관점에서 볼 때,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없는 관계는 시간과 에너지 낭비”라며 “그러나 인구 조사에 따르면 약 2%에서 10% 사람들이 동성과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인류 진화의 과정에서 동성애 관련 유전자는 세대를 거듭하며 탈락해야 했지만, 지금껏 이어져 오는 이유는 생존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양성애 등 성소수자의 성향을 DNA로 분석하려는 연구는 지금껏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연구 결과가 성소수자들이 잠재적으로 차별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양성 행동과 위험 감수성 사이의 연관성은 ‘경험적 관찰’일 뿐”이라며 “여기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으며 다른 특성들처럼 장단점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연구팀은 약 45만 명의 영국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양성애자와 이성애자의 자손 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양성애 관련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남성 이성애자는 평균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를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라고 한 남성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었으며, 양성애 관련 유전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즉, 양성애 관련 유전자가 위험 감수 행동 사이에 연관성이 있으며, 이것이 생식에 이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가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들이 스스로 보고한 데이터만 가지고 이뤄졌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연구 참가자가 대부분 50세 이상이며 이들은 동성애가 금지된 사회에 살았기 때문에 연구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