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자사 당뇨병 신약 ‘엔블로’와 LG화학의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를 한 알로 합친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두 가지 국내 신약을 조합해 복합제로 개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치료제로 혈당 조절이 어려웠던 환자에게 복합제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제약사들이 앞다퉈 복합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복합제는 서로 다른 성분을 합쳐 한 알로도 다양한 효능을 내거나 각 성분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도록 효능을 높인 약을 의미한다. 복합제는 한 번에 여러 약을 먹어야 하는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가 특히 두드러진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2형 당뇨 치료를 위한 복합제나 병용 치료가 전체 처방의 80%를 차지할 정도”라며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한 번에 많은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복합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서로 다른 성분이 상호 보완
대웅제약 엔블로와 LG화학 제미글로는 국내 당뇨병 치료제의 쌍두마차라 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 대웅제약은 최근 엔블로와 제미글로 복합제 임상 1상에서 투약 안전성 등을 확인했다. 두 가지 약을 따로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복합제 복용이 안전성과 흡수율, 지속 시간 등에서 같은 효능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엔블로는 인슐린 분비나 농도에 관계없이 소변으로 당을 배출해 혈당을 조절한다. 이와 달리 제미글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을 몸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방식으로 혈당을 조절한다. 이 두 가지 효능을 합치면 제미글로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엔블로는 당을 배출해 혈당을 더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대웅제약은 당뇨병 신약 엔블로에 기존 치료제 메트포르민을 더한 복합제 ‘엔블로멧’을 출시했다. 메트포르민은 2형 당뇨 환자에게 가장 처음 처방하는 1차 치료제인 만큼 시장 규모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제일약품도 두 성분을 조합해 혈당 관리 기능을 개선한 ‘듀글로우정’을 내놓았다. 듀글로우정은 ‘다파글리플로진’과 ‘피오글리타존’을 결합한 복합제다. 다파글리플로진은 신장의 혈당 재흡수를 감소시키고 피오글리타존은 간에서 당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각각의 성분을 담은 복합제를 투약하면 체중 변화나 부종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뇌졸중, 심근경색, 비알코올성지방간 등 2형 당뇨 환자의 주요 합병증 예방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제 복합제 출시도 잇따라
제약사들은 자사가 보유한 신약에 더 많은 성분을 결합해 다양한 복합제를 만들고 있다. 대원제약은 지난 8월 국내 처음으로 당뇨 3제 복합제 ‘다파시타엠서방정’을 출시했다. 나트륨-포도당 공동 수송체2(SGLT-2) 억제제 계열과 DPP-4 억제제 계열 치료제에 메트포르민까지 더한 것이다. 종근당은 국내 20호 신약 듀비에의 성분과 시타글립틴, 메트포르민을 합한 3제 복합제를 출시했다. 동아ST도 자체 개발한 국내 26호 신약 슈가논의 성분과 다파글리플로진, 메트포르민을 결합한 3제 복합제 품목허가 승인을 받고 오는 1월 발매 예정이다.
국내에서 특히 복합제 출시가 잇따르는 이유는 건강보험 제도와도 관련 있다. 복합제로 처방약 종류가 줄어들면 건보 재정 지출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만성 질환 환자는 복약 편의와 약값에 예민해 복합제를 선호한다”며 “4제 복합제까지 출시된 고혈압과 고지혈증 치료제는 복합제가 단일제보다 시장 규모가 더 커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