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8일(현지 시각) 첫 유전자 가위 치료제 ‘카스게비(미국명 엑사셀)’ 사용을 승인했다. 지난달 영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카스게비 조건부 판매를 허가한 지 3주 만으로, 방식이 전혀 새로운 유전자 치료 시장이 문을 열었다는 평이 나온다.
FDA는 이날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세러퓨틱스가 제출한 ‘엑사감글로진 오토템셀(엑사셀)’ 유전자 교정 치료제 허가 심사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치료제는 앞으로 12세 이상 중증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염기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기는 병이다. 신체 통증 외에도 뇌출혈, 신장·심장 기능 장애 등을 부를 수 있는 질병으로 지금까지는 주기 수혈 외에는 영구적 치료 방법이 없었다. 카스게비는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헤모글로빈 생성을 방해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잘라낸 후 환자 몸에 다시 주입해 안착시키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단 한 번 치료로 영구적인 효과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을 당장 모든 환자가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220만달러(약 29억원)로 매긴 높은 가격이 장애물인 데다 미국에서도 의료 기관 단 9곳만이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점도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는 골수 줄기세포 채취, 유전자 가위 편집, 편집한 줄기세포 주입을 위한 화학요법 치료 같은 과정이 필요해 1년 가까이 병원 생활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치료 센터 1곳당 1년에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5~10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타임스는 “FDA는 미국 내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 10만명 중 2만명가량이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 질병 발병률이 높은 흑인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해외, 특히 아프리카의 수백만 환자에게는 여전히 치료법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