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宇宙線)’이 두 번째로 포착됐다. 이 우주선의 출처 또한 전혀 알 수 없는 ‘공허(Void)’여서 인류의 천문학적·물리학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텔레스코프 어레이’(Telescope Array) 공동연구단은 지난 2021년 포착된 우주선 입자의 에너지가 244EeV(엑사전자볼트=10의 18제곱 전자볼트)로 이론상 가능한 수치보다 5배나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텔레스코프 어레이는 미국 유타대학교, 일본 도쿄대학교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단으로 미국 유타주 서부 사막에 입자 검출기 507개를 700㎢의 면적에 일정하게 배열해 만든 ‘코스믹 어레이’를 이용해 우주를 연구한다. 국내에서는 성균관대 박일흥 교수와 한양대 천병구 교수, 울산과기원(UNIST) 류동수 교수 연구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우주선’은 이름과 달리 우주에서 들어오는 방사선과 입자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번에 포착된 우주선은 일본 오사카 공립 대학교의 천문학자 토시히로 후지이가 2021년 5월 27일 일상적인 관측을 진행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후지이 박사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발생했거나 단순한 관측 오류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관측은) 오류가 아니었다”고 했다. 연구단은 일본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여신 이름을 따 이 우주선을 ‘아마테라스 입자’로 명명했다.
아마테라스 입자는 코스믹 어레이의 북서쪽 부근 검출기 23개, 48㎢ 면적에서 포착됐다. 이 입자들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가 244EeV에 달하는 사실이 밝혀진 것인데, 1Eev 이상의 에너지를 갖는 우주선을 ‘초고에너지 우주선(UHECR)’이라고 부르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UHECR의 200배를 넘어서는 위력이다. 1Eev는 인간이 만든 입자가속기에서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보다 약 100만배 강력한 수준이다.
이렇게 강력한 UHECR이 관측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가장 먼저 포착된 초고에너지 UHECR은 1991년 포착된 ‘오마이갓 입자(oh-my-God particle)’로 에너지 수준이 320Eev에 달했다. 1991년 이후로도 30개 이상의 UHECR이 관측됐으나 에너지 수준이 ‘오마이갓 입자’와 비슷한 수준에 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학자들이 충격에 빠진 것은 이 우주선의 에너지 수준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 물리학 이론에서는 입자가 다른 은하에서 우리 은하로 이동할 때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상한선을 50EeV로 추정한다. 이는 양성자가 빛의 속도에 99.99%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때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크기로, 이 한계선을 ‘그레이젠-자트세핀-쿠민즈’ 한계라고 부른다. 그런데 오마이갓 입자와 아마테라스 입자는 이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것이다.
또 다른 미스터리는 이 우주선의 출처다. 보통의 UHECR은 저에너지 우주선에 비해 자기장에 강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우주를 직선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입자 측정 지점으로부터 역산하면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등 어떤 천체로부터 UHECR이 왔는지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아마테라스 입자가 날아온 방향을 역산하자 알려진 천체가 없는 ‘빈 공간(void)’이 나왔다. 오마이갓 입자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자들은 자기장이 우주선의 진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현재의 추정치가 잘못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테라스가 연구팀의 계산과 다른 방향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테라스 입자가 인류는 아직 모르는 물리적인 과정에 의해 생성돼 추정치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해왔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현대 물리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미스테리라는 것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존 벨츠 유타대 교수는 사이언스에 “시공간 구조의 결함일수도 있고, 우주 끈(cosmic string·우주 생성 초기에 형성된 아주 얇은 관 모양의 고에너지 물질)이 충돌한 것일 수도 있다”며 “사실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온갖 이상한 아이디어를 뱉어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