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분홍색으로 변한 하와이 마우이섬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케알리아 연못. 보호구역 관계자에 따르면 '핑크 연못'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퍼지자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이 연못에 몰려오고 있다. /트래비스 모린 인스타그램

보랏빛을 띤 선연한 분홍색 호수는 영화 ‘바비’의 세트장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관광객을 위한 인스타그램 성지(聖地)도, 영화 촬영을 위해 물감을 풀어 만든 세트도 아니다.

하와이 마우이섬에 있는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케알리아 호수가 지난달 30일부터 분홍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보호구역 관리자인 브렛 울프씨는 CNN에 “이날 해변을 걷던 사람으로부터 ‘여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았다”며 “처음에는 조류 번식이 원인인 줄 알았다”고 했다. 연못 물을 검사한 하와이 대학 연구소는 염도가 높은 물에서 발견되는 할로박테리아(halobacteria)라는 유기체가 연못 색깔을 변하게 한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할로박테리아는 사해처럼 염분 농도가 매우 높은 수역에서 번성하는 단세포 생물이다. 할로박테리아처럼 대부분의 생물이 살기에는 너무 극단적인 조건에서 번성하는 박테리아는 ‘극한성’으로 분류된다. 현재 케알리아 연못의 염도는 바닷물 염도의 두 배보다 높다. 울프씨는 “연구소가 이 유기체를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DNA) 분석을 할 예정이다”고 했다.

하와이 당국은 연못의 염도를 높인 덴 마우이섬의 가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프씨는 “평소엔 서(西)마우이산을 타고 오는 와이카푸 개울이 케알리아 연못으로 흘러들어가 연못의 수위를 높여주지만, 오랫동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못으로 유입되는 담수가 줄어들면서 염분 농도가 높아져 밝은색을 띠는 할로박테리아에게 아늑한 안식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마우이섬, 라나이섬, 몰로카이섬을 한데 묶은 마우이군(카운티)의 약 90%가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 8월 라하이나를 휩쓴 치명적인 산불 이후 가뭄은 더욱 심각해졌다.

케알리아 호수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멸종 위기에 처한 하와이 도요새에게 둥지, 먹이, 휴식처를 제공하는 습지이자 겨울철에는 철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울프씨는 “분홍색 물이 새에게 해를 끼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