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시하는 미래 유망 기술은 몇몇 전문가의 개인적인 관심에 의해 선정한 것이 아니라 60년 이상 축적된 데이터와 검증 모델을 사용해 분석한 예측입니다. 그만큼 정밀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과학 데이터를 연구자들은 물론 산업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김재수(6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홍익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전자전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1부터 KISTI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해 온 정통 연구자 출신이다. 그런 김 원장이 지난 2021년 취임 후 가장 강조한 것은 데이터 연구를 바탕으로 한 산업계와의 협력이다. 지난달 31일 KISTI가 개최한 미래유망기술컨퍼런스 회장에서 만난 김 원장은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 역량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등 지역 산업 연구·개발(R&D)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1962년 과학기술정보센터로 출범한 KISTI는 과학기술 관련 국내외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유통하는 국가 과학기술 데이터 최고 책임 기관이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KISTI는 인공지능, 배터리, 양자 기술 등 10대 미래 기술을 공개하고 분야별로 가까운 미래에 성과를 낼 사업 아이템들을 예측·발표했다. 김 원장은 “우리 연구원 외에도 많은 기관에서 미래 신사업을 예측하지만 KISTI의 특장점은 긴 시간 축적된 데이터의 방대한 양과 전문 연구원들이 있다는 점”이라며 “다양한 전공을 기반으로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한 연구원들이 분석에 나서기 때문에 폭넓은 시각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STI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는 국가 연구 기관과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수퍼컴퓨터 도입과 운영이다. 내년 말까지 수퍼컴퓨터 6호기 도입을 목표로 사업 공고를 내고 있는데 최근 그래픽 처리 장치(GPU) 가격 급등으로 예산에 맞춰 수퍼컴퓨터를 납품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최근 세 번째 유찰됐다. 김 원장은 “현재 수퍼컴퓨터 5호기는 2018년에 도입됐고 사용자 포화 상태여서 시급히 6호기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상, 해양, 기계, 항공, 물리 등 전통적인 고성능 컴퓨팅 연구 분야뿐 아니라 소재, 바이오, 나노, AI 등 혁신 기술 분야에도 수퍼컴퓨터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ISTI는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에 필요한 수퍼컴퓨터 기술도 제공하고 있다. 제품이나 소재의 특성이나 개발 가능성 등을 시뮬레이션 해주면서 비용과 시간을 아끼고 성공률은 높이도록 돕는 것이다. 김 원장은 “데이터에 기반한 기술 사업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연초 발표했던 ‘국가사회현안 해결 9대 프로젝트’를 올해 내에 완성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 침수 문제 해결책을 제안하고, 인공지능으로 소리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예방 설루션을 제시하는 식이다. 그는 “예를 들어 밖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난다고 하면 사람은 이 소리가 단순히 유리잔이 깨진 소리인지, 어떤 사고가 나서 유리창이 깨진 것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과 소리 센서는 이걸 분석해낼 수 있다”며 “이런 데이터를 활용하면 사회적 참사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