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서 1일 열린 ‘망한 과제 자랑 대회’에 나선 기술경영학부 황지웅씨는 “과제로 받은 10문제 중 9문제를 풀었지만 결과는 ‘빵점’이었다”면서 “알고 보니 실수로 답안을 비운 채 제출한 것”이라고 했다. 어렵다고 소문난 수업 과제를 위해 2주간 최선을 다했다는 황씨는 “이번 일을 통해 차분히 검토하는 습관 등 사소한 것들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했다. 티코로 유라시아 횡단을 계획하다 교통사고로 포기하게 됐다는 기계공학과 박정수씨도 “여러 좌절을 겪었지만 갈수록 회복 탄력성이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KAIST에서 1일 열린 ‘망한 과제 자랑 대회’에서 기술경영학부 황지웅씨가 자신의 실패담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열렸다. /KAIST

KAIST실패연구소와 학생 동아리가 주최한 ‘망한 과제 자랑 대회’에서는 다양한 ‘실패 자랑’이 이어졌다. 이 행사는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본인에게는 큰 실패로 기록될 수 있는 만큼 각자의 경험을 공유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생명과학과 문진우씨는 “다른 사람의 실패를 들으며 자신의 실패에 덜 민감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실패연구소는 지난 2021년 6월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기르기 위해 세워졌다. 10여 년 전 KAIST에서는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징수하는 ‘징벌적 수업료’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한 제도’ 등으로 인해 과도한 경쟁 문화가 만들어지며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졌다. 진로에 대한 걱정과 경쟁적인 학업 분위기로 학생과 연구자들의 정신적 압박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제도는 사라졌지만 문화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실패연구소가 지난 2022년 12월부터 2주간 KAIST 학생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떤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 자신에게 충분한 재능이 없는 게 아닐지 두려운가’라는 질문에 학부생 10명 중 8명, 대학원생 10명 중 7명꼴로 ‘그렇다’고 답했다. ‘실패가 자신의 미래 계획을 망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절반의 학생들이 긍정했다. 안혜정 실패연구소 연구조교수는 “KAIST에 들어오려면 입시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성호 KAIST 실패연구소장은 “자신의 실패를 유쾌하게 말하다 보면 크게 보이던 자신의 문제가 사소해지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KAIST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