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적도 근처 남중국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중성미자 망원경(neutrino telescope) 구축에 나섰다. 직경만 4㎞에 달하는 망원경은 우주에서 쏟아지는 중성미자를 감지해 우주 기원과 암흑물질의 구조 등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찾는다. 중국은 “중성미자 망원경 성능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중성미자 관측의 새로운 경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우주를 탐색하고 지구의 기원을 추적하는 망원경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망원경은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빛과 전파, 입자 등을 모을 수 있다. 그만큼 더 멀리,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망원경은 빛과 같은 입자를 모으는 그릇이며 그릇의 크기가 클수록 우주에서 오는 어두운 빛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원리”라며 “천체망원경 크기는 약 45년마다 두 배씩 커져 왔다”고 했다.
◇세계 최대 ‘중성미자 망원경’
중국은 지난달 바닷속 수심 3500m 아래에 구축할 열대 심해 중성미자 망원경 ‘트라이던트(TRIDENT)’의 구체적인 계획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아스트로노미’에 게재했다. 트라이던트는 700m 길이의 줄 1211개에 2만4000개 이상의 광학 센서 구슬이 달려 있어 작동을 시작하면 7.5㎦ 범위에 들어오는 중성미자를 감지할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중성미자 탐지기인 남극의 ‘아이스큐브’는 감지 영역이 1㎦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0에 가깝고 전하를 띠지 않아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성미자는 ‘유령 입자’라고도 불린다. 매 순간 약 1000억 개 이상의 중성미자가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감지가 어렵다. 과학자들은 중성미자가 얼음이나 물 입자와 부딪히며 에너지와 빛을 발생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광학 센서를 통해 중성미자를 감지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중성미자의 발생원을 역추적해 빛이 아닌 중성미자로 우주를 관측하는 ‘중성미자 천문학’의 시대를 열었다. 트라이던트 연구팀은 “트라이던트를 적도 근처에 만드는 이유는 지구 자전을 이용해 지구로 오는 모든 중성미자를 사각지대 없이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늘을 보는 ‘세계 최대의 눈’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대 크기의 광학망원경 ‘유럽초대형망원경(E-ELT)’도 2028년 첫 관측을 목표로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되고 있다. 1.4m의 작은 육각형 거울 798개를 모아 만든 E-ELT의 주경은 직경이 약 39m에 이른다. 코로나로 인해 건설이 지연되는 등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 건설 진척도가 50%를 넘으며 순항하고 있다.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는 “ELT는 태양계 밖에서 생명체 증거를 발견하는 최초의 망원경이 될 수 있다”면서 “ELT를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학적 도전 과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거대마젤란망원경(GMT)’도 제작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 GMT는 구경 25.4m 크기의 차세대 초거대망원경으로 미국과 한국 등 13개 글로벌 기관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GMT는 지름 8.4m, 17톤 무게의 원형 반사경 7장을 벌집 모양으로 배치해 직경 25.4m의 단일 반사경과 같은 성능을 낸다. 지난 10월 마지막 일곱 번째 반사경 제작에 들어갔으며 2029년 첫 관측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MT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보다 4배 더 선명한 해상도와 200배 높은 감도를 가지고 있다. 외계 행성의 대기 성분 분석부터 지구와 같은 환경의 행성을 찾는 등 인류 역사상 가장 먼 우주를 관측해 지구와 우주 탄생의 수수께끼를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단장은 “E-ELT의 크기가 더 크지만 사용되는 거울이 많고 반사로 인한 손실도 커서 GMT와 성능이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