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지난 8월 정제 백일해(aP) 기반 6가 혼합백신 ‘APV006′의 국내 임상 1상에 첫 시험자를 등록했다. APV006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뇌수막염, B형 간염 등 6개 감염 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5가(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뇌수막염) 백신 대비 접종 횟수를 2회 줄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현재 국내에 공급되는 영아용 6가 혼합백신은 외국계 제약사의 제품 1개뿐이어서 공급 부족 문제가 항상 있다. LG화학 측은 “혼합백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역할을 하겠다”며 “‘APV006′ 임상개발 및 시설 구축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 2030년 내 국내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이 글로벌 신약을 3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삼고 사업 대전환에 나섰다. LG화학은 2030년까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직접 사업만으로 매출 60조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도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3대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美 바이오테크 인수로 글로벌 교두보 마련
국내 시장의 필요에 의해 투자하는 영아용 6가 혼합백신 외에도 LG화학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확보로 글로벌 신약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먼저 지난 1월 미국의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아베오는 2002년 설립, 2010년 나스닥 상장 후 2021년 신장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의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해 매 분기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LG화학은 아베오를 5억6600만 달러(약 8000억 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기간에 미국 항암 치료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제약 시장인 미국에 다양한 자체 개발 신약을 출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LG화학은 앞으로 항암 중심의 글로벌 톱30 제약사로 도약에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다.
◇임상 2상 이상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12개 확보
현재 LG화학이 확보한 임상 1상 이상 단계의 신약 물질 파이프라인은 12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통한 물질 연구를 적용하는 등 연구개발을 가속화해 2030년까지 23개의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중 2개 이상의 혁신 신약을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상업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서 있는 신약 물질은 통풍 치료제인 티굴리소스타트다. 티굴리소스타트는 통풍의 주요 원인인 요산을 생성하는 효소 잔틴 옥시다제의 발현을 억제하는 1일 1회 복용의 경구용 통풍 치료제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10개 국가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통풍은 요산의 과다 축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제는 기존에도 있지만 너무 오래됐거나 부작용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통풍 치료제 시장은 현재 약 3조원 규모에서 2025년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연말 중국의 바이오기업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에 티굴리소스타트의 중국 지역 개발 및 상업화 독점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9550만 달러이고, 출시 이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매해 별도로 받는다.
연내 글로벌 임상 2상에 나서는 유전성 비만 치료제 LB54640에 대한 기대도 크다. LB54640은 포만감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MC4R의 작용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로, 상위 경로 유전자에 결함이 있더라도 식욕 억제를 유도해 희귀 비만 시장에서 가치가 높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약물을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다른 적응증에 대한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