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무릎 높이 로봇이 기분이 좋은 듯 두 발로 리듬을 타다가 앞에 있던 상대가 궁금한 듯 쳐다본다. 얼굴 양쪽에 달린 두 안테나를 고양이 귀처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디즈니 만화영화 ‘월-E’에 나올 법한 이 로봇은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가 개발한 이족 보행 로봇이다.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가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제 지능형 로봇·시스템 콘퍼런스(IROS)’에서 공개한 이족 보행 로봇. 로봇 공학자와 애니메이터가 함께 개발한 이 로봇은 만화 캐릭터처럼 걸으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

디즈니 로봇의 특기는 감정 표현이다. 짧은 다리로 경쾌하게 걸어가거나 고갯짓을 하며 상대를 바라보는 모습은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실제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로봇이 감정 표현을 통해 인간과 교감할 수 있게 되면 로봇을 문화·예술 산업에서도 크게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클 홉킨스 디즈니 수석 연구개발 엔지니어는 “우리의 목표는 만화와 첨단 기술력을 혼합해 만화 캐릭터의 영혼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했다.

디즈니는 만화 캐릭터를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 로봇의 움직임을 학습시킬 수 있는 강화 학습 기반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랫폼을 활용하면 하드웨어에 상관없이 만화 캐릭터의 움직임을 로봇이 실제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을 통해 로봇 개발 과정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1년 이상 걸리는 개발 과정을 몇 개월로 줄일 수 있다. 로봇이 만화 캐릭터처럼 행동하되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로봇 공학자와 애니메이터가 함께 개발에 참여했다. 디즈니 관계자는 “설계나 동작에 관계없이 로봇의 형태를 구성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더 쉬워졌다”고 했다.

디즈니 로봇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새로운 만화영화에 등장하거나 디즈니 랜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만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