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첫 여성 편집장인 막달레나 스키퍼 박사는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연구자의 다양성뿐 아니라 연구 주제의 다양성, 연구 분야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단기적인 성과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과학계의 문제입니다. 연구에 대한 펀딩도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장·단기 성과 목표를 다르게 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4일 한국을 찾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편집장 막달레나 스키퍼 박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1869년 영국에서 창간된 네이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학술지로 미국의 사이언스, 셀과 함께 3대 학술지로 불린다. 스키퍼 박사는 2018년 네이처의 8번째 편집장이자 첫 여성 편집장이 됐다. 네이처 편집장의 공식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키퍼 박사는 5일 열리는 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포럼에서 성별 특성을 고려한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과학기술 연구는 유럽계 남성에 의해 이뤄졌고 연구 결과 또한 여성, 인종 등 다양한 특성을 포괄하지 못했다”며 “네이처는 10년 전부터 논문 투고자들에게 성별·인종 다양성 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연구자의 다양성뿐 아니라 연구 주제의 다양성, 연구 분야의 다양성 등이 보장돼야 전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과학의 본질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스키퍼 박사는 한국 연구자들이 “소재, 바이오테크, 로봇, AI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국내 연구진이 만든 상온 초전도체 주장 물질 ‘LK-99′에 대해 주류 과학계가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점에 대해서는 “’과학의 진보는 자기 보정(self-correct)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과학이 점진적으로 진보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결과보다는 새로운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올해 수상자가 발표되고 있는 노벨상에 대해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유럽계 남성에게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노벨상은 권위 있는 상이지만 한정된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 노벨상이 없는 분야 등 좀 더 다양한 과학 분야가 인정받아야 하는 시대”라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