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해파리는 1000개의 신경세포가 있지만 정작 뇌가 없다. 하지만 다른 해양 생물처럼 자연스럽게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며 먹이를 사냥한다. 최근 이 같은 행동이 가능한 이유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독일 킬대와 덴마크 코펜하겐대가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23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를 통해 “해파리는 뇌가 없더라도 과거 경험을 기억하고 학습하는 능력이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인간이나 다른 동물처럼 뇌가 없으면 과거 경험으로부터 학습하지 못한다는 기존 개념을 뒤집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열대 바다에 사는 손톱 크기의 상자해파리(Tripedalia cystophora)의 학습 능력을 확인했다. 먼저 상자해파리의 서식지와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둥근 수조 안에 열대 지역 식물인 맹그로브의 뿌리를 모방해 회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는 장애물을 넣었다. 해파리는 처음에 회색 줄무늬 부분에 여러 차례 충돌했다. 하지만 실험이 반복되면서 해파리들은 구조물과 거리를 두는 식으로 충돌 횟수를 줄였다. 10여 차례 반복된 실험에서 해파리는 처음보다 50% 이상 먼 거리를 두고 헤엄쳤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구조물 앞에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연구진은 “같은 환경에 반복해 노출되면서 해파리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행동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뇌가 없는 해파리에서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앤더스 감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해파리의 상대적으로 단순한 신경계를 살펴보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신경계 기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