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각) 토마스 펠만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이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커털린 커리코 바이오엔테크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호명하고 있다. 이들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코로나 백신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AFP 연합뉴스

mRNA(메신저 리보핵산)는 코로나 유행 시기 전 세계 유일한 희망이었다. 개발에 10년 가까운 시일이 걸리는 기존 백신 개발 방식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유행을 공식 선언한 이후 모더나와 화이자가 mRNA 백신 개발에 본격 착수한 지 11개월 만에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얻으며 구원 투수 역할을 해냈다. 이후 제약·바이오 산업은 mRNA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창업한 지 10년 넘도록 상용화한 제품이 하나도 없던 모더나는 2020년 8억 달러(약 1조원)에서 2021년 185억 달러, 2022년 19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굴지의 바이오 기업이 됐다. 화이자와 코로나 백신을 함께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시총도 코로나 유행 이전에 비해 7배 뛰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판을 만든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mRNA는 이전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플랫폼이다. 바이러스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유전 정보만 바꿔주면 백신이나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코로나 백신을 계기로 mRNA의 효용성이 입증되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독감과 암, 말라리아, 에이즈(HIV) 등 수많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mRNA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mRNA 백신 시장 규모가 2021년 649억 달러에서 연평균 11.9% 성장해 2027년 1273억 달러(약 16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게임체인저’ 된 mRNA

현재 mRNA의 다음 타깃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독감이다. 독감은 매년 변이를 일으키고 유행하는 종류가 다양해 한 가지 백신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WHO는 매년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균주를 예측해 각 제약사에 해당 균주에 대응하는 백신을 만들도록 권장한다. WHO가 예측에 실패하면 백신은 무용지물이 된다.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 예방률을 평균 40~6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mRNA 독감 백신이 개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측에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더 많은 변이 바이러스에 동시 대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모더나는 최근 독감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3상 결과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계절 독감 백신 ‘플루아릭스’와 비교했을 때 더 높은 수준의 항체 생성과 혈청전환율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이르면 내년 mRNA 독감 백신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모더나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mRNA 독감 백신 임상 3상에 진입한 화이자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GSK와 사노피도 각각 독일 큐어백, 미국 트랜슬레이트 바이오와 함께 mRNA 독감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관건은 안전성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코로나 백신에서 심근염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mRNA 독감 백신은 코로나 백신보다 더 높은 안전성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했다.

◇암 정복에 나서는 mRNA

mRNA 연구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암 정복이다.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mRNA 정보를 암 환자에게서 채취한 면역 세포에 넣은 뒤, 다시 환자 몸에 넣어주면 해당 단백질을 겨냥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며 암을 치료할 수 있다.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환자 맞춤형 암 백신’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mRNA 암 백신 개발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모더나는 최근 미국 머크사와 함께 한 흑색종 환자 임상에서 mRNA 암 백신과 기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두 치료제를 병용한 환자군은 키트루다를 단독 사용한 환자군보다 흑색종 재발과 사망 위험이 44%나 낮아졌다. 암 백신 개발에 탄력을 받은 모더나는 모든 암에 대한 맞춤형 mRNA 백신을 2030년까지 내놓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독일 바이오엔테크도 최대 20여 개에 이르는 환자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더 오래 암이 재발하지 않으며 효과를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