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심장 이식, 두 번째 환자 - 지난 20일(현지 시각)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로렌스 포시트(58)씨가 수술 전 아내와 앉아 있는 모습. 해군 출신으로 말기 심장병 환자 포시트씨는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심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두 번째로 성공했다.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한 메릴랜드 의대 연구진이 다시 한 번 성과를 낸 것이다. 메릴랜드 의대 측은 22일(현지 시각) “지난 20일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회복 중에 있으며 보조 장치 도움 없이 스스로 호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異種) 심장 이식이 재현에 성공하면서 장기 이식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두 차례의 수술을 통해 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초기 급성 거부 반응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2022년 기준 4만1700여 명에 달하고 이식 수술 건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래픽=이지원

◇첫 번째 이식 환자, 두 달 후 사망

이번에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말기 심장병을 앓고 있는 미국 해군 참전용사 로렌스 포시트(58세)이다. 그는 복합 질환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모든 심장 이식 프로그램에서 거부당한 상황이었다. 포시트는 수술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어쨌든 지금의 나에게는 희망과 기회가 있다”며 “내가 숨쉬는 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위급한 환자에게 실험적인 시술을 허용하는 ‘동정적 사용’ 절차에 따라 이번 이식을 긴급 승인했다.

수술은 지난해 1월 첫 이식 수술에 성공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가 주도했다. 앞서 수술을 받았던 57세 미국인 남성은 수술 두달 뒤 여러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장기 이식 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거부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부검에서 돼지에게서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등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이종 이식이 인간에게 새로운 병원균이 유입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병원 측은 “이번 연구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식에 사용한 돼지에 대해 정밀한 바이러스 및 세균 검사를 실시했으며 지난해 1월 없었던 새로운 분석법을 사용해 항체를 반복 검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이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미국 메릴랜드대

포시트에게 이식한 돼지 심장은 바이오 기업 리비비코어가 제공했다. 리비비코어는 1996년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를 만든 이언 월머트가 이끌던 ‘피피엘 세라퓨틱스’에서 분사한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식 수술에도 심장을 제공했다. 리비비코어 연구진은 돼지 심장을 인체에 이식하기 위해 10개의 유전자를 조작했다. 유전자 가위로 인간에게 심각한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의 유전자 3개를 잘라냈고, 인간 유전자 6개를 삽입했다. 마지막으로 이식한 심장이 너무 비대해지지 않도록 성장 유전자 한 개의 기능을 차단했다.

◇현실화되는 이종 장기 이식의 꿈

이종 이식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는 영장류 장기 이식이 중심이었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36주 된 아기에게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베이비 파예’로 불렸던 심장 이식 환아는 수술 후 20일가량 생존했다.

현재는 돼지 이종 이식 연구가 활발하다. 뉴욕대 랑곤건강센터 연구진은 지난 7월 뇌사자에게 유전자가 변형된 돼지 신장을 이식해 두 달간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했다. 앨라배마대 연구팀도 지난 8월 뇌사자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0개 유전자가 변형된 돼지 신장은 이식 4분 후 소변을 만들기 시작해 처음 24시간 동안 37ℓ의 소변을 생산했다. 7일간의 연구 기간 동안 사람의 신장처럼 기능했다. 아예 돼지의 몸에서 인간의 장기를 키워내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과학원(CAS) 광저우 바이오의학보건연구원은 이 달 초 인간과 돼지 세포를 융합한 수정란(배아)을 대리모 돼지에 이식해 인간의 신장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익진 건국대병원 교수는 “최근 유전자 변형 돼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5~10년 내 이종 장기 이식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윤리적인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완전히 다른 생명체를 조작하는 이종 장기 기술이 뜻하지 않은 변형 생물체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어느 시점에서 이종간 이식을 시도할지 결정하는 임상적 판단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