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펭귄이 서식하는 남극 해빙의 유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해에만 9000여 마리의 새끼 펭귄이 죽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남극 서식지에서 성장하고 있는 새끼 황제펭귄의 모습. /영국남극연구소(BAS)

기후 변화로 황제펭귄 서식지인 남극 해빙이 녹으면서 지난해에만 서식지 5곳에서 새끼 펭귄 약 9000마리가 사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황제펭귄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서식지를 잃으면, 오는 2100년에는 무리 중 90%가 번식에 실패해 멸종 직전까지 몰릴 수 있다.

영국남극연구소(BAS) 연구팀은 남극 해빙의 유실 속도가 빨라지면서 황제펭귄이 벨링스하우젠해의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번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남극 해빙은 2016년부터 급격하게 감소해 지난해 사상 최소 면적을 경신했다. 연구팀은 “황제펭귄이 이정도로 번식에 실패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올해 해빙 면적은 지난해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황제펭귄은 대부분 생애를 육지가 아닌 해빙에서 보낸다. 해빙이 두꺼워지는 3월 말에서 4월 중 번식지에 도착해 5월에서 6월 사이에 알을 낳으면, 수컷 황제펭귄은 65일간 자신의 발 위에 알을 올려 품는다. 갓 태어난 새끼 펭귄은 수영을 할 수 없다. 1월은 돼야 방수 깃털을 갖추고 수영을 배워 독립할 수 있다. 그 전에 해빙이 깨지면, 헤엄을 못 치는 새끼 펭귄은 바다에 빠져 익사나 동사 할 수밖에 없다. 황제펭귄이 번식에 성공하려면 4월부터 1월까지 서식지 해빙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15년 동안 유럽연합(EU) 관측 위성 ‘센티넬-2′로 벨링스하우젠해 근처의 로스차일드섬, 베르디만, 스마일리섬, 브라이언트반도, 프로그너 포인트에 있는 서식지 5곳을 관찰했다. 얼음 위에 구아노라 불리는 적갈색의 펭귄 배설물을 위성으로 포착해 무리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해마다 각 서식지에서 새끼 펭귄 1200~3500마리가 태어난 것으로 분석했지만, 지난해에는 브라이언트반도를 제외한 나머지 서식지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해빙이 평년보다 일찍 녹으면서 성체 펭귄들은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반면, 갓 태어난 새끼 펭귄들은 살아남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현재 남극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대비 2℃ 이하로 유지하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한다면 황제 펭귄 개체 수의 30~40%를 잃겠지만 멸종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