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배경에는 예산 나눠 먹기와 뿌려주기 같은 부정적 사례가 만연하다는 대통령실과 정부의 문제의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R&D 카르텔’이라고 지적하면서 혁신 방안이 빠른 속도로 마련됐다.

22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대표적인 카르텔 유형으로는 R&D 나눠 먹기가 꼽힌다. 협회·단체 등이 과제 수요 조사와 기획을 추진한 뒤 해당 단체나 유관 기업이 과제를 수행하는 식이다. 예컨대 A부처의 항공교통 기술 개발 사업 기획을 맡았던 산하 기술원은 2018년부터 해당 R&D를 직접 수행했다. 무차별적으로 기업들에 R&D 예산을 뿌려주는 관행도 부정 사용 사례로 꼽힌다. B부처의 공정‧품질기술 개발 사업은 연간 183억원 예산을 290개로 쪼개 나눠줬다. R&D 보조금이 기업의 생존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획·연구 역량이 부족한 일부 중소기업이 브로커를 통해 연구 계획서를 대리 작성해 R&D 과제를 수주하기도 했다. 한 중소 제조 업체는 브로커에게 연구 개발비 1억원의 20%인 20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사업 계획서를 대리 작성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2년 8월까지 브로커 관련 신고가 40건 있었으나 처벌된 경우가 없었다.

같은 기업이 비슷한 주제로 여러 과제를 동시에 수행한 사례도 많다. 2021년 한 해에 유사한 내용으로 11개 과제를 따낸 기업도 있었다. 2015~2019년 R&D 정책 자금을 15회 이상 중복 지원받은 기업은 106개(0.4%)로 나타났다. 또한 ‘AI 예방제어 기술’ ‘기후변화 완화 기술’ ‘바이오 산업 기술’ 등 공모 형태 사업이지만 경쟁률이 1대1 미만인 사업도 다수 발견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방만한 운영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출연연이 전국에 세운 지역 분원은 100곳에 이른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세워진 출연연 지역 분원 가운데 타당성조사를 거친 곳은 29곳 중 10곳에 불과하다. 출연연 지역 분원이 실제 필요성보다는 지역 정치인 입맛에 따라 설치되면서 연구 기능보다는 간판만 내건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