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공동으로 여러 바이러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범용 항(抗)바이러스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1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자회사 현대바이오사이언스USA는 지난 11일 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위한 비임상평가계약(NCEA)을 체결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측은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는 후보 물질 ‘제프티’(CP-COV03)를 제공하고, NIAID가 이 물질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항바이러스에 대한 동물 실험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 시험 2상까지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미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도입한 ‘팬데믹을 대비한 항바이러스 프로그램(Antiviral Program for Pandemics·APP)’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같은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한 사업으로 2021년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 예산이 투입됐다. 현대바이오는 “APP에서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밝혔다.
제프티의 주요 성분은 항바이러스제인 니클로사마이드다. 니클로사마이드는 그동안 각종 실험에서 호흡기 감염증을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가 증명됐지만 체내 흡수율이 낮고 몸속에서 약효를 낼 수 있는 약물 농도가 유지되는 시간이 짧아 주로 구충제로만 사용하고 있다. 현대바이오 측은 “제프티는 니크로사마이드의 단점을 개선해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 바이오는 질병관리청에 제프티의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했다. 업체에 따르면 3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제프티 투약 이후 발열·기침 등 12가지 코로나 증상이 위약군에 비해 나흘 먼저 개선됐다. 위약군의 경우 투약 16시간 안에 채액 내 바이러스 수치 감소율이 4%인 반면 제프티 투약 때는 바이러스 수치가 56%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