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부에게 처방되는 항경련제가 태중의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 나왔다. 지금까지는 라모트리진과 레베티라세탐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경련제가 산모가 복용한 후 출생한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신경학과 페이지 페넬 교수 연구팀이 신경학 분야의 대표 학술지인 란셋(LANCET)에 19일(현지 시각)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궁에서 항경련제에 노출됐던 유아들과 건강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또래 유아들을 비교했을 때 신경학적 발달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는 미국의 20개 뇌전증 전문 센터에서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진행된 코호트 연구로 임신 중에 뇌전증이 있었거나 없었던 14세부터 45세 사이의 여성 456명과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자녀들이 출생 후 3년차에 언어 및 인지 발달 검사를 시행한 결과 태중에서 항경련제의 영향을 받은 유아들이 중대한 신경학적 발달 저하를 나타내지 않았다. 다만 임신 후반기에 과도한 용량의 항경련제에 노출됐던 유아들에게서는 신경학적 발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앞서 나온 연구들은 임부의 경련을 줄이면서 태아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항경련제 적정 복용량이 얼마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반면 이번 연구는 출산 후 시간이 지났을 때 유아에게 항경련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페넬 교수는 “‘모든 항경련제는 태아에게 나쁘다’고 하는 것은 과하게 단순한 표현이고 생물학적으로 옳지도 않다”며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것이 미래의 자녀에게 학습 장애나 자폐증 위험을 높이지 않으리라는 점을 안다는 것은 임신을 고려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