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에게 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도움을 주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이러스 무증상 감염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면서 향후 차세대 백신을 위한 약물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코로나 무증상 감염에 유전적 근거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무증상 감염자는 코로나에 감염돼도 인후통과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무증상 감염자는 코로나 환자 10명 중 2명 꼴로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에게 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19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 약 3만 명의 골수 등록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 2020년 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코로나에 대한 양성 반응과 증상 등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고했다. 이 기간 동안 1428명이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고 그 중 136명은 감염 후 2주간 무증상이었다.
연구팀은 무증상 감염자들에게서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HLA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HLA 유전자는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잠재적인 침입자의 일부를 면역 체계에 보여주고, 면역을 일으키는 T세포가 이를 기반으로 침입자에게 대응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HLA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코로나에 걸려도 무증상으로 남아있을 확률이 다른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부모에게 각각 해당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경우 무증상 확률은 최대 8배까지 올라갔다. HLA 변이 유전자는 연구 참가자 10명 중 1명이 가지고 있었다.
연구팀은 HLA 변이 유전자가 어떻게 코로나 무증상 감염자를 만드는지 알아내기 위해 한 번도 코로나에 노출된 적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HLA 변이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이 가진 HLA 변이는 코로나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코로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과거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매우 유사한 다른 계절성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어 그 때의 기억을 가진 HLA 변이 유전자가 T세포를 도와 코로나 바이러스를 빠르게 인식해 즉각 대응한 것이다.
연구팀은 “HLA 변이처럼 적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는 군대가 있다면 면역에 큰 이점”이라며 “미래 백신이나 약물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면역 반응 체계를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