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아렉스비’가 미국, 유럽에 이어 영국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으며 전 세계 제약사들의 RSV 백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호흡기 관련 질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RSV 백신이 차세대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VB 리링크에 따르면 2030년까지 RSV 백신 시장은 105억 달러(약 1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RSV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영유아·노인 폐렴의 주요 원인이 된다. 당뇨 등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고 아직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산소요법이나 수액으로 치료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RSV가 전 세계 6400만명에게 영향을 주며 매년 16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1956년 RSV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지만 바이러스의 복잡한 구조와 백신의 안전성 문제로 개발이 쉽지 않았다. 2013년 들어서야 표적이 될 바이러스 구조가 밝혀지면서 백신 개발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GSK는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초의 RSV 백신 허가를 받았다. 60세 이상 2만496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예방 효과는 82.6%였다. 화이자도 같은 달 RSV 백신 허가를 받았다. 모더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로 RSV 백신을 개발해 허가 절차를 밟고 있고,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 노르딕도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모두 60세 이상 고령층이 대상이다.

영유아용 RSV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화이자는 임신부에게 접종해 신생아의 RSV 감염을 막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임신부 약 74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신생아는 생후 3개월 동안 중증 RSV에 대해 82% 예방 효과가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사노피도 영유아용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