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조류가 사람이 만든 날카로운 쇠붙이를 이용해 둥지를 보호할 줄 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은 지난 11일 네덜란드와 벨기에, 스코틀랜드의 4개 지역에서 관찰한 까치와 까마귀가 조류 퇴치용 스파이크를 둥지를 방어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류 퇴치용 스파이크는 새들이 담벼락에 앉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뾰족한 쇠붙이다. 연구진은 “까마귀가 철사를 둥지 건설에 사용하는 것은 1933년 처음 보고된 이래 계속 관측되어 왔지만 의도를 가지고 인공물을 사용하는 사례에 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에서 관측한 둥지들은 주로 조류 퇴치용 스파이크가 설치된 담벼락 인근에 위치했다. 스파이크는 둥지의 지붕에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방향은 모두 바깥을 향하고 있어 둥지의 주인인 새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였다. 까치와 까마귀가 둥지를 보호할 목적으로 스파이크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플로리안 히엠스트라 박사는 “둥지 안쪽에서 촬영한 모습을 보면 스파이크가 바깥을 향해 완벽한 요새(要塞)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보통 야생 조류는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가시가 있는 넝쿨을 사용하는데 도시에서는 그런 재료를 구하기 어려우니 차선책을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새들의 놀라운 환경 적응력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관측된 둥지들 인근 담벼락에는 스파이크가 떨어져 나간 자국이 선명했다. 일부 둥지의 주변 담벼락에서는 50m 길이의 조류퇴치용 스파이크가 뜯겨 나간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둥지 주인인 까치가 부리를 사용해 뜯어낸 것이다. 연구진은 “스파이크를 고정하는 접착제가 강력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새들의 둥지 보호 본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며 “새를 쫓기 위해 인간이 개발한 물건을 새가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복수’라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