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를 없애는 중성화 수술 없이 유전자 주사로만 고양이 피임이 가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길고양이나 집고양이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도 개체 수를 조절할 길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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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의대·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데이비드 페핀 교수와 신시내티동물원 윌리엄 스완슨 박사팀은 이달 초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암고양이의 난자 성숙과 배란을 막는 유전자를 주사해 장기 불임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7년 설치류 암컷에서 항뮐러호르몬(AMH) 수치를 높이면 난포 성장을 억제해 배란과 임신이 막힌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선 고양이 암컷의 AMH 수치를 높이기 위해 AMH 유전자를 유전자 치료에 사용되는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에 실어 암고양이 여섯 마리의 허벅지에 주사했다. 대조군인 암고양이 세 마리에겐 AAV만 주사했다. AMH유전자를 맞은 고양이들은 2년간 배란을 하지 않았고, 임신을 유지시켜주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수치도 낮았다. 이 기간 동안 4개월씩 두 번, 고양이 수컷과 함께 뒀더니 AMH 유전자를 주사한 고양이 중 네 마리는 짝짓기를 거부했고, 두 마리는 짝짓기를 했지만 임신하지 않았다. AAV만 맞은 고양이는 짝짓기도 하고, 새끼도 낳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주사 맞은 고양이들을 3년간 지켜본 결과, 부작용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페핀 교수는 “유전자 주사를 맞은 고양이들은 AMH 수치가 정상보다 100배나 높아져 난포 발달과 배란은 억제됐지만 에스트로겐 같은 중요 호르몬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연구진은 AMH 유전자로 주사제를 만들어 상용화하기까지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추가 실험이 필요하고, 개발도상국에도 쓰일 만큼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완슨 박사는 ‘사이언스’에 “내 목표는 (개체 수 조절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고양이와 개가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고 사랑스러운 가정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