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황금들창코원숭이는 계절에 따라 각각의 무리들이 섞여 최대 400마리의 집단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집단 형성은 사회적 유대감을 일으키는 호르몬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연구팀 제공

황금빛 털에 긴 꼬리, 밝은 파란색 얼굴에 들창코를 갖고 있는 원숭이가 있다. 중국 ‘서유기’의 주인공 황금들창코원숭이다. 눈이 쌓이는 고산 지대에 사는 이들은 수백 마리씩 무리 생활을 하면서 서로 협력한다. 황금들창코원숭이의 사회적 유대감이 높은 이유가 유전적 진화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서북대와 영국 브리스톨대 등 공동 연구팀은 추운 환경이 동물의 사회적 진화를 촉진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시아 콜로부스아과를 연구하니, 같은 과에 속한 원숭이인데도 주변 환경에 따라 사회적 행동 양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1일(현지 시각)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아시아 콜로부스아과에 속한 종들을 비교했다. 더운 인도에 사는 랑구르 원숭이는 수컷 우두머리가 소규모의 암컷을 이끌며 살아간다. 먹이가 풍부한 열대 지역에서 작은 무리로 생활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수컷은 다른 무리를 만나면 영역 다툼을 통해 자신의 무리를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반대로 랑구르 원숭이와 조상은 같지만 추운 고산 지대에 사는 황금들창코원숭이는 평소에는 20마리에서 30마리씩 무리지어 생활하다가 계절에 따라 이동할 때는 다른 무리와 합쳐지며 무리 수가 400마리까지 늘어난다.

황금들창코원숭이가 대규모 무리를 지을 수 있는 비밀은 ‘호르몬’에 있었다. 추운 환경에서 어미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를 더 오래 보살필 수 있도록 도파민과 옥시토신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된다는 것이다. 모성 본능을 자극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두 신경 호르몬을 통해 어미의 모유 수유 기간이 길어져 새끼 원숭이의 생존률을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면 수컷끼리 서로 경쟁하기보다 협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눈표범이나 호랑이, 곰과 같은 포식자로부터 서로 협력해 무리를 지켜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어떤 사회적 진화를 일으킬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을 포함한 광범위한 종에 걸친 사회적 진화의 변화를 분석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서유기'의 주인공인 황금들창코원숭이는 추운 고산 지대에서 생활한다. 추위에 따른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어미의 모유 수유 기간을 늘리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연구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