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투명 캡슐 안에 동그란 정제약이 들어 있다. 약 하나를 집으면 캡슐과 정제, 두 가지 형태의 약을 먹는 셈이다. 셀트리온 스킨큐어가 출시한 듀얼액트는 국내 최초로 ‘약 속의 약’ 형태 제형을 만들어 냈다.
듀얼액트가 약 속의 약 형태를 띠게 된 이유는 12종 비타민과 오메가3를 한 알약에 담기 위해서다.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 B군과 C, 비오틴과 엽산 등은 작은 정제 형태로 만들었고, 지방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 A, D, E와 오메가3는 오일에 넣어 캡슐 형태로 만들었다. 각각의 성분을 특성에 맞는 제형으로 만들면 고유의 성분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셀트리온 스킨큐어 관계자는 “각각의 성분을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모든 성분을 하나에 담은 약을 구매하는 게 효과는 같지만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약의 제형은 성분과 효능에 따라 달라지지만, 먹는 사람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달라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는 새로운 제형을 내놓거나 기존 제형을 바꿔가며 선택 폭을 늘리는 전략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규제 허들이 낮아지며 출시되고 있는 젤리 형태 비타민이 있다. 동아제약의 비타그란이 출시한 비타민C 젤리는 한 포에 8개씩 동그란 젤리가 들어 있어 간식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다. 기존 정제형 비타민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들이나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치료제의 제형을 다양하게 만들어 처방 범위를 확대하기도 한다. HK이노엔은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 ‘케이캡’ 제형에 구강 붕해정을 추가했다. 구강 붕해정은 물 없이 입으로 녹여 먹는 제형으로 치매나 정신 신경계 질환 환자같이 알약을 삼키기 힘들거나 물 섭취가 어려운 환자들도 먹을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용량의 절반 수준인 저용량 제품도 함께 출시해 장기 복용이 필요한 환자도 먹을 수 있게 했다. HK이노엔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바젯’의 중량을 기존보다 절반 이상 줄이고 달걀형으로 둥글게 바꿔 삼키기 쉽도록 바꾸기도 했다.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던 패치제도 의약품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는 지난해 먹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인 도네페질을 피부를 통해 천천히 흡수시키는 패치제로 개량했다. 먹는 치료제는 하루에 한 번 복용하지만 패치제는 일주일에 두 번만 붙이면 돼 더 편하다. 대웅제약도 라파스와 함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보령은 국내 최초로 탈모 치료제를 스프레이 형태로 출시했다. 기존 경구약 대비 효과는 동등하면서도 혈중 농도를 낮춰 이상 반응을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