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임상시험 단계별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국내 규제 장벽이 해외보다 높아 시간이 배로 걸리자 다른 나라에서 먼저 임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연골 재생 골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아이씨엠은 호주에 이어 올해 미 식품의약국(FDA) 임상에 돌입했다. 알지노믹스는 FDA에 뇌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시험 계획(IND)을 신청했고, 바이오녹스도 고형암을 겨냥한 면역항암치료제 임상을 올해 안에 FDA에 신청할 계획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으로 바꿔 질병을 치료하는 차세대 약물로 글로벌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신약 임상하러 ‘해외로’

바이오 기업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유전자 치료제 임상을 시작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임상 허가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시작하려면 동물을 대상으로 독성은 물론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는 비임상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기초적인 수준의 비임상 결과를 제출한 뒤, 임상을 진행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추가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영역이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최대한 많은 바이오 업체가 뛰어들어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항목이 5개가 있으면 모든 것을 요구하지만, 미국에서는 두세 가지가 없어도 추후 임상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일단 임상을 허가한다”면서 “FDA의 경우 1상 진입 허들이 낮은 대신 오히려 3상 등 최종 허들이 높은 구조이고 한국은 정반대”라고 했다.

◇5배 비싼 ‘해외 임상’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 임상에 나선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비용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일반 의약품과 달리 유전자 치료제는 생명이 위독한 암환자 등을 집중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모집 조건이 까다로워 기본적으로 비용이 3~4배 더 많이 든다. 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은 “국내서 유전자 치료제 임상을 하면 20억 정도 들지만, 해외에서 진행하면 100억 정도가 든다”면서 “하지만 국내서 임상 진입을 기다리다가 자금을 소진해 고사하는 것보다는 무리해서라도 해외 임상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신약 개발 정보나 임상 노하우 등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도 있다. 황태호 바이오녹스 기술이사는 “임상을 하려면 해외 연구 책임자를 뽑아 신약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이 중에는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다른 나라의 경우 첨단 의약품 1상 임상 시험이 외국에서 먼저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라마다 법체계가 달라 허가 절차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은 약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책임지지만 국내에서는 허가기관이 책임을 지는 구조”라면서 “국내서는 약이 허가되면 세금으로 보험 적용을 받아야 하는 만큼 기존 약보다 효과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등의 제한이 있다”고 밝혔다. 황 기술이사는 “약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책임지는 구조로 시스템을 바꿔야 규제 허들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