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 상상도./마크 P. 위튼

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는 입을 다물고 있을 때도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도 도마뱀처럼 입을 다물고 있으면 입술 뒤에 이빨이 가려져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번대 연구진은 “오늘날의 코모도왕도마뱀과 유사하게 공룡들은 입 주변에 입술 역할을 하는 연조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3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파충류와 공룡 수각류 화석 두개골을 분석했다. 이들의 위턱에서 뼈를 통과하는 작은 구멍의 패턴을 조사했다. 구멍은 혈관과 신경을 입 주위의 연조직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입술이 없는 악어의 경우 이런 구멍이 턱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도마뱀과 같은 입술이 있는 파충류에서는 작은 구멍이 이빨 근처 턱 가장자리를 따라 일렬로 배열돼 있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도마뱀과 비슷한 구멍 배열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티라노사우루스 두개골과 상상도./마크 P. 위튼

이빨의 법랑질(치아 가장 바깥층에 있는 단단한 부위)에서도 티라노사우루스가 입술이 있었을 것이란 단서를 찾았다. 법랑질은 마르면 더 쉽게 마모된다. 악어는 법랑질이 두껍고 물속에 살기 때문에 수분을 유지하지만, 노출되는 표면에서는 더 많은 균열이 생긴다. 수각류는 그렇지 않았다. 수각류의 이빨은 얇은 법랑질로 덮여 있는데, 균일한 마모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공룡이 치아를 보호하고 침이 덮이는 입술을 가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멸종된 악어의 사촌인 ‘헤스페로수쿠스(Hesperosuchus)’는 턱에 있는 구멍이 깔끔한 배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룡과 악어를 낳은 초기 파충류가 입술이 있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입술이 현대까지 살아남은 악어 혈통에서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