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어린이의 얼굴을 촬영하는 모습. 스마트폰 촬영만으로 빈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Dr Christabel Enweronu-Laryea

질병을 찾으려면 병원에 가야 한다. 이제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검진을 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바로 스마트폰 덕분이다. 스마트폰은 과거보다 카메라 성능이 대폭 향상됐고 다른 기기와 연결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 인구의 86%인 69억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종 질병을 검진하는 방법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만으로도 조기에 질병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검진할 수 있는 질병도 빈혈, 뇌졸중, 관절염 등 여러 질병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손 위의 작은 병원’이 되는 셈이다.

◇삼성 갤럭시 폰으로 빈혈 구별

스마트폰 검진은 표현이 서툰 어린이에게 특히 유용하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과 가나 코를레부 교수 병원 연구진은 “스마트폰 사진만을 사용해 어린이의 빈혈 여부를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에 밝혔다. 빈혈은 적혈구 내 혈중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농도가 감소하는 병으로, 어린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철분 결핍을 비롯해 말라리아,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형된 겸상적혈구병 등이 빈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결합한 산소량에 따라 붉은색 정도가 달라지는 헤모글로빈의 특징을 주목했다. 4세 미만 어린이 43명의 눈 흰자위, 아랫입술, 아래 눈꺼풀 사진을 찍어 분석했다. 촬영에는 삼성의 갤럭시S8 스마트폰을 썼다. 그 결과 정확도 93%로 빈혈을 구별해 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을 사용한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은 많은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중산대 연구진도 16가지 안과 장애를 구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의학’에 발표했다. 영유아기는 시각 발달에 중요한 시기이며 조기에 질병을 찾아 치료하면 시력 상실 같은 최악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연구진은 48개월 이하 어린이 3652명의 비디오를 수집했다. 만화처럼 어린이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화면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운 후 전면 카메라로 얼굴 모양과 안구 움직임을 3분 30초 동안 녹화했다. 이후 인공지능(AI)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 장애 아동을 구별했다. 구별한 질병은 사시나 선천성 녹내장 같은 안과 장애였고, 정확도는 84~94%였다.

◇30초 영상으로 경동맥 협착증 찾아

스마트폰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간편하다는 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스마트폰으로 골관절염을 예측하는 방법을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npj 디지털 의학’에 발표했다. 노화나 질병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를 움직임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미국 35주 참가자 405명에게 5회 기립을 반복하는 영상을 받아 자동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영상 속 사람의 무릎, 엉덩이, 발 등 주요 지점을 찾아 각도를 분석하고 일어나고 앉는 데 걸리는 시간도 측정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골관절염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국립 대만대 의대 연구진은 뇌졸중의 주 요인인 경동맥 협착증을 스마트폰으로 분석해 감지할 수 있다고 지난해 ‘미국 심장협회 저널’에 밝혔다. 종전 진단법은 CT(컴퓨터 단층 촬영)나 MRI(자기 공명 영상) 같은 전문 의료 장비나 인력이 필요하다. 경동맥이 지방 침착물 축적으로 막히면 뇌로 가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성인 202명의 목을 스마트폰으로 30초 정도 찍은 영상을 분석했다. 영상에서 피부 표면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87% 정확도로 경동맥이 막히는 경동맥 협착증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매년 뇌졸중의 2~5%는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 감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덕분에 전문 장비 없이도 집에서 질병을 조기에 찾을 길이 열린 것이다.